지난 3월 2일 고유정의 의붓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을 당시 구급대원이 촬영한 시신 및 현장 사진 일부가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법의학 전문가들은 삭제된 사진 속 상흔이 아이의 타살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사진을 지운 주체와 삭제 경위를 둘러싸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고유정의 현남편 A씨는 충북 청주동부소방서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지난 16일 아이 시신 사진을 전달받았다. 당초 A씨가 공개를 요구한 사진은 총 8장이었지만 이날 전달받은 사진은 2장뿐이었다.
A씨는 24일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아이가 사망한 당일 현장에 출동했던 복수의 구급대원을 통해 사진이 총 8장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119구급대 측은 2장밖에 없다고 주장했다”며 “소방서 관계자로부터 나머지 6장이 현장 사진을 촬영하는 구급대원의 업무용 휴대폰에서 삭제됐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A씨가 삭제됐다고 주장하는 나머지 6장 중 1장은 아이 시신의 등과 목 부위가 근접촬영돼 있었다. A씨는 “삭제돼 사라진 사진은 아이의 등 쪽을 촬영한 것”이라며 “이는 앞모습보다 사인 규명에 더 결정적”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가 확보한 8장의 사진은 아이의 혈흔 사진 2장, 아이의 전신 사진 3장, 아이가 잠들기 전 복약한 감기약 사진 1장, 아이의 등 사진 1장, 아이의 얼굴 확대 사진 1장이었다. 이중 공개된 사진은 숨진 아이의 정면 모습과 침대에 남은 혈흔 자국이었다.
이에 대해 청주소방서 관계자는 지난 16일 A씨와의 통화에서 “(현장 혈흔 사진) 언론 보도가 나간 후 경찰이 유출 경위를 물어 또 다른 유출을 막기 위해 사진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을 했었다. 지난달 17일 국민일보 기사에 현장 사진 1장이 포함돼있었는데 이 사진의 유출 경위를 경찰측이 추궁해 사진들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소방서 측은 이후 말을 바꿨다. MBC는 23일 청주소방서 관계자 말을 인용해 “사진 삭제는 메모리 관리 차원이었다”고 밝혔다.
청주상당경찰서 측은 24일 브리핑을 통해 “지난달 17일과 지난달 26일 국민일보 보도 후 유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두차례 소방서를 찾은 사실이 있는 건 맞다”며 “지난달 26일에는 사진을 확보하려 했으나 (소방서 측으로부터) 삭제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우리가) 삭제를 요구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유출방지나 메모리관리를 위해 사진을 삭제했다는 소방서 측의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경찰이 범죄와 관련돼있을지도 모를 현장 사진을 언론 보도 이후에야 확보하려고 했다는 것도 합리적인 일처리로는 보이지 않는다. 앞서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죽은 아이의 친부인 고유정의 현남편을 여러차례 조사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직접적인 증거인 시신과 현장 사진조차 확보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경찰은 아이의 부검결과를 발표하면서 아이의 등 쪽에 일자로 눌린 자국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아이 시신 사진을 보면 등 뿐 아니라 목 부근에도 뚜렷한 멍자국이 남아있었다. 그 밑으로 날카롭게 긁힌 자국도 있었다. 법의학자들은 “외부에서 손으로 누른 흔적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