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에서 ‘미래’가 지워지고 있다.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반대파 간 내홍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정상적인 정당으로서의 기능도 마비될 지경에 놓였다. 당 지도부의 두 축인 원내대표가 당대표를 향해 “권위와 리더십이 회복 불능 상태”라고 ‘말 펀치’를 날리는 등 양쪽 진영의 관계는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분석이 많다.
바른미래당 혁신위원 4명은 24일 손 대표가 당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혁신안의 최고위원회 상정을 거부하는 등 당규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손 대표를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한다고 밝혔다.
구혁모·김지나·이기인·장지훈 등 혁신위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손 대표는 혁신위의 결정 사항을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무적으로 처리해야 함에도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또 “손 대표가 혁신위 업무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당대표가 특별한 사유 없이 안건 처리를 거부하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당규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정당 운영의 중립성을 위반한 임재훈 사무총장도 같은 내용으로 제소한다”고 밝혔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손 대표의 독단적인 당 운영을 문제 삼으며 손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오 원내대표 외에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 등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 및 안철수계로 꼽히는 김수민 청년정책위원장도 회의에 불참했다. 최고위원 9명 가운데 손 대표와 문병호 최고위원, 채이배 정책위의장 등 당권파 3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오 원내대표 등 비당권파는 손 대표가 혁신위가 내놓은 ‘지도부 검증안’ 등 1차 혁신안을 거부하고 당헌·당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오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당헌·당규의 ‘셀프’ 유권 해석, 사당화, 독단적인 당 운영으로 인해 이미 추락할 대로 추락한 당대표의 권위와 리더십은 회복 불능의 상태에 접어들었다”며 “손 대표는 더 이상 사욕으로 당을 망가뜨리지 말고 1차 혁신안을 최고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해 당무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진행을 강행하면서 공석이던 당 윤리위원장에 안병원 전 국민의당 당무감사위원장을 임명했다. 송태호 전 윤리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사퇴한 지 40여일 만이다.
손 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당이 분란에 쌓여있지만, 내분을 수습하고 곧바로 총선 체제로 진입, 총선 승리를 통해 우리나라 정치 구도를 바꿔나가는 길에 다 같이 힘을 합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리위가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혁신위 중립성 침해 여부를 다룰 경우 당 충돌 상황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이미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를 전후해 ‘지도부 검증안’을 놓고 양쪽이 대립하다가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단식 중이던 권성주 혁신위원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도 벌어졌다. 바른정당 출신 한 의원은 “당 상황은 창피하니 얘기하지도 말자. 콩가루도 이런 콩가루 집안이 없지 않나”며 혀를 찼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