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보릿고개에도 서울 외국인 투자는 펄펄

입력 2019-07-24 14:55 수정 2019-07-24 16:50

올해 상반기 서울시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 실적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해외 기업 서울법인의 신규투자 유치 효과가 컸다.

서울시는 1∼6월 FDI 유치 실적이 신고 기준 50억4000만달러(약 5조9416억원)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 실적인 33.6억달러 대비 50% 증가한 수치다. 종전 역대 상반기 최고 기록은 2016년 47억4700만달러였다. 올 상반기 서울시 FDI는 한국 전체 FDI 98억7000만달러(약 11조6357억원)의 51.1%를 차지한다.

FDI는 외국인이 1억원 이상 투자해 국내기업 주식 10% 이상을 취득하거나, 외국인투자기업이 해외 모기업으로부터 5년 이상의 장기차관을 대부받는 것 등을 뜻한다.

서울시의 FDI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분야에서 모두 늘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제조업 분야는 275% 증가한 4억5000만달러, 서비스업 분야는 44% 증가한 45억8000만달러를 찍었다.

특히 신규투자가 올 상반기 23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87% 늘었다. 신규투자는 서울 내 특정 법인이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처음 투자를 받은 경우다. 주로 국내 스타트업이나 해외 기업의 한국법인이 여기 해당한다. 증액투자는 25억9900만 달러로 지난해 대비 29% 증가했다. 증액투자는 기존 법인이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더 받는 경우다.

상반기 서울의 FDI 증가는 주요 국내외 기업 한국 법인의 신규 투자유치 활성화 영향이 컸다. 한류 및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스타트업이 이 분야에서 선전했다. 숙박 플랫폼 기업 ‘야놀자’가 싱가포르 투자청 등으로부터 1억8000만달러 투자를 받는 등 성과를 냈다. 기업 컨설팅 기업 S사는 몰타로부터 벤처기업 투자사 V사는 아일랜드, 화장품 기업E사는 홍콩, 소셜미디어 기업 S사는 미국으로부터 신규투자를 받았다.

서울시는 신규투자 확대를 ‘기업의 투자가치 향상과 정부·서울시의 창업투자 정책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서울 내 기업들의 투자가치가 올랐고, 정부와 서울시 혁신성장 정책이 이를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5G(5세대 통신) 상용화 등 통신 인프라 확충과 글로벌 케이팝 시장 호황이 기업 투자가치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5개년 혁신성장 프로젝트’ 등 창업투자 정책 효과도 반영됐다.

반면 한국의 전체 FDI 성과는 위축됐다. 글로벌 투자 위축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157억5000만달러) 대비 37.3% 감소한 98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FDI 분야에서도 ‘서울 쏠림현상’이 심해진 것이다.

FDI의 전반적 감소는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전체 투자 규모가 위축된 탓이 크다. 아울러 미·중 통상마찰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가 줄었다. 올해 하반기 일본의 무역 보복도 FDI 유치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