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유정 의붓아들 10분 이상 압박”

입력 2019-07-24 14:47 수정 2019-07-24 16:01

경찰이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구속기소)의 의붓아들 A군(4)에 대한 부검 결과를 일부 공개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24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A군은 신체 자국 등을 봤을 때 엎드린 상태로 얼굴과 몸통이 전체적으로 10분 이상 강한 압박을 받아 사망한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어 지난 5월 1일 국립과학수사원의 정밀 부검 결과에서 “특정 부위가 아니고 몸 전체적으로 눌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망 추정시간 3월 2일 오전 5시 전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 상당경찰서 차상학 형사과장(왼쪽)과 충북지방경찰청 변재철 강력계장이 24일 오전 충북지방청에서 고유정 의붓아들 의문사에 대한 그동안의 수사 상황을 말하고 있다.

경찰은 고유정의 현 남편이 제기한 타살 의혹과 부실 수사 논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경찰은 “처음부터 단순 질식사로 결론내린 적 없다”며 “타실이나 과실치사를 두고 신중하게 세밀하게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A군이 성인의 다리에 눌려 질식사했을 가능성에 대해 “같은 연령대 평균 키와 몸무게가 106㎝, 17.5㎏인데 A군의 키와 몸무게는 98㎝, 14㎏으로 상당히 왜소하다”며 “아이가 자다 숨진 국내외 유사 사례를 수집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고유정과 현 남편은 본인들에게 유리한 점만 진술하는 상태라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로선 둘 다 수사 대상자로 표현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경찰은 “목 부위와 등에 난 상처가 누르는 과정에서 생긴 찰과상인지 긁어서 생긴 상처인지 확인하고 있다”며 “A군 사망 사건의 수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왔다”고 전했다.

현 남편은 이날 오후 경찰 조사에 앞서 “누가 보더라도 고유정이 아들을 살해했다는 정황이 많은데도 경찰은 고유정을 이 사건에서 왠지 빼주고 싶은 느낌이 든다”며 “아이를 잃어버린 아빠의 마음을 헤아려서 슬퍼할 시간을, 그런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수사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현 남편의 자택을 방문해 사건 현장을 살펴봤다. 현 남편은 이어 “경찰이 이제와서 현장 조사를 왜 하는 지 이해가 안 된다”며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무엇을 확인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A군은 지난 3월2일 오전 10시10분쯤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이 출동했을 당시 B군은 의식과 호흡, 맥박이 모두 없던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군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부검 소견을 내놨다. 정확한 사인은 특정되지 않았고 특이 약물이나 독물은 검출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일 살인 및 사체손괴·은닉 3가지 혐의로 고유정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고유정이 범행 동기와 시신 유기 장소 등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자 수사기간을 연장하면서 보강수사를 벌였지만 결국 시신을 찾지 못한 채 재판에 넘겼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