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사대리 “영공 침범 고의 아녔을 것…한국과 신뢰관계 훼손 안돼”

입력 2019-07-24 14:20 수정 2019-07-24 14:25
자유한국당 소속 윤상현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왼쪽)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를 만나고 있다.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가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이 고의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영공 침범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이자 주권침해 행위”라고 밝혔다.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24일 국회에서 볼코프 대사대리를 만나 위와 같은 말을 들었다고 면담 직후 브리핑에서 전했다.

볼코프 대사대리는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은 고의적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러시아 정부에서는 한국 정부에 여러 협조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 군용기의) 두 번의 영공침범 행위가 일어났을 당시 구체적 시간과 좌표를 알려달라는 요청 등을 한국 정부에 했다”며 “러시아 정부는 한국 내에 여러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언제든 필요한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틀어질 것에 대한 우려도 표현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이 사건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진상조사 후 이른 시일 내에 러시아 정부의 공식적 입장을 전달하겠다”며 “한국과의 전통적 신뢰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으며 한국과의 관계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볼코프 대사대리와 만난 윤 위원장은 한국 정부에서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강력히 전달했다. 윤 위원장은 “국회 외통위원장으로서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며 “특히 두 나라는 전략적 동반자인데 이러한 군사적 도발행위가 발생한 것에 대해 엄중히 항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1983년 구소련이 영공침범을 이유로 우리 민간항공 여객기인 칼(KAL) 007기를 미사일로 격추한 예를 들었다”며 “내 나라 영토가 중요하면 다른 나라 영토도 중요하다. 이번 사태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사과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특히 경고 방송을 2번이나 했음에도 영공을 침범한 것은 계획적이고 고의적이었다고 지적했다”며 “러시아 스스로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약속은 물론 이번 사건에 대해 충분한 답변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23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중국 H-6 폭격기와 러시아 TU-95 폭격기 및 A-50 조기경보통제기 등 군용기 5대가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A-50 1대는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두 차례에 걸쳐 7분간 침범했다. 사진은 러시아 TU-95 폭격기 모습.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 제공자료 캡처]

러시아 군용기는 23일 오전 독도 인근 영공을 2차례 침범했다. 이에 우리 공군 전투기가 경고 사격을 했음에도 2번이나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군용기는 2번째 경고 사격을 받고서야 영공을 빠져나갔다.

러시아 측은 23일 오후 우리 측 국방부 정책기획관에게 “이번 비행은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중국과의 연합 비행훈련이었다”며 “최초의 계획된 경로였다면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기기 오작동으로 계획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 무관의 언급 중 ‘적절한 사과와 유감 표명은 러시아 외교부와 국방부, 언론을 통해 나올 것’이라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