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운송면허, 블록체인…58개 규제 폐지

입력 2019-07-24 12:03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실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규제자유 특구 지역 7곳을 발표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강원 대구 전남 충북 경북 부산 세종 등 지방자치단체 7곳이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됐다. 지역별로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웰니스, E-모빌리티,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자율주행차 승객운송서비스 등에 한정해 규제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다.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하는 최고 심의·의결기관인 규제자유특구위원회는 규제자유특구 지역을 최종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종심의를 연 위원회는 강원 대구 전남 충북 경북 부산 세종 등 선정지역 7곳을 발표했다.

강원과 부산, 대구 등 지자체 7곳에서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58건이 풀렸다. 400여개의 기업이 특구에 몰려들어 3500명이 고용되고 매출만 7000억 넘게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특례 부여 후 사고, 환경오염 등이 발생할 경우 이를 어떻게 사후 관리할 것인지는 앞으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구 참여 기업들은 앞으로 2년간 일시적으로 시장에 진출해 규제 특례를 받은 제품과 서비스를 시험 검증할 수 있다. 규제 특례 이외에 예산·세재 등 재정지원도 받을 예정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선정지역 발표 브리핑에서 “지방에 신산업과 관련한 덩어리 규제를 풀고 재정을 지원해 지역경제를 육성하는 규제자유특구가 오늘 역사의 첫 단추를 끼웠다”며 “1차(특구 선정)에서 얻은 개선사항을 교훈삼아 보다 나은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 원주와 춘천 일대는 디지털 헬스케어 특구로 선정됐다. 이로써 특구에서는 방문간호사 1인이 입회하면 원격 모니터링 후 진단과 처방이 가능해졌다. 의사와 의사간 원격 협진만 허가한 현행 의료법에 따라 특구 밖에서는 여전히 원격의료가 불법이다. 원격의료의 위험성을 놓고 2009년부터 10년 넘게 논쟁이 벌어졌는데, 특구에서 원격의료의 전 과정을 실증하게 됐다.

대구는 3D 프린터를 활용한 첨단의료기기 공동제작소를 도입한 스마트웰니스 특구로 선정됐다. 대구 특구에서는 첨단의료기기 공동제조소 구축이 허용됐다. 의료기기는 직접 또는 위탁제조만 가능하다고 정한 의료기기법 규제가 면제됐다.

부산은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됐다. 블록체인 기술은 정보 삭제가 어려워 개인의 잊힐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인정보 파기의무에 어긋나 사업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인정보 등을 일단 기록되면 삭제가 어려운 블록체인 내에 저장하지 않고 별개의 블록체인에 저장하는 ‘오프체인’ 방식을 도입하면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부산시는 이점을 이용해 블록체인 기술을 해운대와 남구 일대에 디지털 지역 화폐를 도입하고 수산물 이력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이용하기로 했다.

전남 영광과 목포, 신안 일대는 ‘E-모빌리티’ 특구로 선정됐다. 초소형 전기차의 교량 운행을 허용하고 전기 자전거·킥보드의 자전거전용도로 주행을 허용했다. 초소형 전기차의 경우 일반도로 진입 금지 구역의 주행을 실증한 후 자동차 안전성 검사결과에 따라 자동차전용도로 주행을 허용할 것인지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경북 포항은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특구로 선정됐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열을 받으면 폭발할 수 있는 데다가 유독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폐기도 어렵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처치 곤란인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고 배터리 제작에 들어간 희토류도 재활용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지금까지는 재사용 기준이 명확히 마련되지 않았는데 규제 특례 후 폐배터리 재사용 과정을 실증하게 됐다.

세종시에서는 자율주행차의 승객 운송 서비스를 허용하는 한정면허가 발급된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는 자율주행차의 운수면에 발급 규정이 따로 없다. 위원회는 우선 임시운행을 허가받은 자율주행 차량에 운전자를 탑승시키고 안전장비를 설치해 돌발 상황에 대처하게 했다. 이후 안전성이 실증되면 차차 승객 탑승을 허용할 방침이다.

충북혁신도시 일대에는 가스기기 무선제어․차단 등 스마트 안전제어 서비스가 도입된다. 이를 통해 세계최초로 가스기기를 무선 제어하는 기술표준을 선도하고 해외시장 개척한다는 게 충북의 계획이다. 현행 액화석유가스법에는 가스용품 무선 제어에 대한 기준이 없다.

위원회는 규제특례 조치로 인해 시민 안전이 위협받고 환경이 오염될 경우 특례를 제한하거나 취소하고 배상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현장점검반은 수시 점검을 통해 특례의 안전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중기부는 지난 3월 지자체로부터 34개 특구계획을 제출받았다. 이 중 분과위원회 검토를 거쳐 8개 특구를 우선 신청대상으로 선정했다. 이후 지자체 공식신청을 받은 뒤 관계부처회의와 분과위원회 검토 후 최종 심의했다. 이 과정에서 수소그린모빌리티를 표방한 울산은 최종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