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3일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해 한국 공군이 경고 사격에 나선 것에 대해 ‘한국이 아닌 일본 영공의 일’이라는 논리를 펴며 한국에 강력 항의했다.
일 NHK와 지지통신 등은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오후 기자회견에서 한·러 공군기 간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한국과 러시아 양국 정부 모두에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일본해(동해)를 비행하던 러시아 군용기가 두 차례에 걸쳐 시마네현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 주변 영공을 침범한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 군용기가 (러시아 측에) 경고사격을 한 것은 다케시마 영유권에 관한 우리나라의 입장에 비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강하게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도 기자회견에서 “다케시마는 일본의 고유 영토로 영공 침범을 한 러시아에 대해선 우리나라가 대응해야지 한국이 거기에 무언가 조치를 한다는 것은 일본 정부의 입장과 충돌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과 러시아 대사관 측에 “일본 영토에서 이러한 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일본 외무성 관계자 말을 인용해 “한국이 마치 (독도가) 자국령인 것처럼 행동했다”고 보도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일본 자위대기의 긴급 출동 사실도 밝혔다. 어떤 종류의 군용기인지, 몇 대가 언제 어디로 출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일본은 그간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면서도 한국이 독도를 실효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방공식별구역에는 넣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이 자위대기의 긴급 발진 사실을 공개하며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배경에는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양국 관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을 ‘전쟁 가능 국가’로 전환하는 개헌을 꿈꾸는 ‘아베 신조 정권’이 영토 분쟁을 재점화한 뒤 일본 내 반한(韓) 여론을 결집해 개헌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합참)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H-6 폭격기) 2대와 러시아 군용기(TU-95폭격기 2대·A-50 조기경보통제기 1대) 3대가 이날 오전 8시를 전후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무단 진입했다. 특히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 1대는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두 차례에 걸쳐 7분간 침범했다. 합참은 F-15K 등 우리 공군기가 즉각 출격해 러시아 군용기 방향으로 360여발의 경고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