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들도 일본제품 불매운동한다…“미츠야 대신 칠성사이다”

입력 2019-07-24 07:00

일본에서 7년째 살고 있는 재일동포 남모(44)씨는 최근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했다. 남씨는 의류업체 유니클로 등 일본 기업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은 물론 이동통신사도 KDDI에서 재일교포 3세인 손정의 회장이 창립한 소프트뱅크로 바꿨다. 남씨가 평소 즐겨 마시던 미츠야사이다는 칠성사이다나 비락식혜로 대체됐다. 남씨는 “전범 기업이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비호하는 회사들 제품은 사지 않는다”며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어떻게든 합세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거세게 확산되는 가운데 재일동포 등 일본 내 한국인 중에서도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로 촉발된 불매운동이 재일동포 사회에도 번지면서 더욱 장기화될 전망이다.

10여년 전 일본 국적을 취득한 재일교포 A씨는 최근 전범기업으로 꼽히는 미쓰비시 제품을 일절 구입하지 않는다. A씨는 일본인 지인들에게도 미쓰비시는 ‘극우기업’이라고 알리며 제품을 사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는 “유니클로 측에서 ‘한국의 불매운동은 오래 못 갈 것’이라고 말한 이후 일본에서도 이 운동에 참여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충남 서산시지회가 22일 서산시청 앞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 관련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한 재일동포 관련 커뮤니티에는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일부러 한국산 제품을 ‘직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일본에서 한국 제품을 구하기 쉽지 않은 만큼 일부러 한국 제품을 직접 수입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 살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재일동포라는 이유만으로도 자칫하면 극우 성향 일본인들의 공격 타깃이 되기 쉬운 게 현실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김치와 농심 신라면, 삼성과 LG 등 제품을 구입하지 말자는 주장도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재일동포들은 최근 지하철에서 한국어로 대화하다가 한 일본인 노인으로부터 “한국인은 내려라”는 호통을 듣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한다. 얼마전부터는 공공장소에서 한국 말을 하는 걸 자제하고 있다는 재일교포들도 있다.

일본의 한 소도시에 거주하는 이모(37)씨는 “십 년 이상 이곳에 살았지만, 일본 언론이 이렇게 심하게 반한(反韓) 감정을 조장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한일의원연맹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양국 불매운동을 계기로 일본 극우세력들이 또 다시 혐한 집회를 여는 등 집단행동을 할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22일 서울 시내 한 유니클로 매장 앞.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여러 방면으로 확산된 만큼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24일 “이번 불매 운동이 과거와 달라진 것은 아래로부터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일본 측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의원연맹 관계자는 “최고지도자들 간 ‘톱다운 방식’이 아니면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3대 경제단체 중 하나인 경제동우회는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사쿠라다 켄고 경제동우회 대표 간사는 지난 2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이유 때문에 불매운동이 이뤄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만간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한국 국민들도) 좋은 것은 사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니클로는 본사 임원이 불매운동이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한 바 있다.

조민아 박구인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