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타깃은 반도체 제조 장비? 일부는 100% 일본 의존

입력 2019-07-24 07:00 수정 2019-07-24 07:00

일본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제공

일본의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 대상이 핵심 소재뿐 아니라 생산 공정에 꼭 필요한 제조 장비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일부 장비는 100%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도 장비가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23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주요 업체들은 일본의 장비 수출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를 대비한 계획을 수립 중이다. 어떤 장비가 대상이 되고, 타격이 가장 큰 품목은 어느 것인지 파악에 나선 것이다.

다만 약점을 일본에 알려줄 수 있다는 우려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한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일본 규제 확대에 대비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면서도 “아직 규제 대상 리스트도 나오지 않았고, 규제 해당 범위 또한 어디까지 정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품목을 언급하는 것은 우리의 약점을 보여주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의 장비별 일본 의존도는 대체로 70~100%에 달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반도체, 발광다이오드(LED)를 만드는 데 쓰이는 화학기계연마(CMP) 장비는 일본 비중이 88.3%, 습식각기 93.0%, 세정 장비 93.0%,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턴 형성 장비는 100%였다.

전체 반도체 제조용 장비의 일본 의존도는 32.0%였다. 규제 대상이 확대되면 반도체 전 공정, 후 공정, 테스트 관련 장비 등 주요 장비가 대거 포함돼 정상적인 생산이나 공장 건설이 어려울 수 있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는 일본 비중이 82.7%지만 생산에는 문제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불화폴리아미드는 플렉서블 OLED 등 일부 신제품에 적용하는 단계라 주력 제품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소재와 달리 장비의 경우 국내 생산업체들이 상당히 있다. CMP는 국내업체 중 케이씨텍이 2014년 국산화에 성공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납품했다. 최근에는 세정기 국산화에 착수하고 있다. 선익시스템은 OLED 증착 장비를 국산화해 2016~2017년 LG디스플레이의 6세대 OLED 생산라인인 E5에 공급했다.

문제는 국산화를 하더라도 일본 제품과 기술력의 차이가 완전히 없다고 보기 어렵다. 이미 국산화가 됐지만 일본 제품의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쓰이지 않는 장비들도 있다. 장비 국산화는 개발·생산뿐만 아니라 기능 검증에 들어가는 비용도 상당하다. 자칫 장비 개발 비용보다 더 클 수도 있는 검증 비용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이 맡게 된다. 이 때문에 장비 국산화를 위한 테스트 과정에 착수하는 단계부터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관계자는 “국내업체들이 후발주자다 보니까 일부 공정에 제한적으로 들어가고, 메인 공정에는 5년 정도 더 지나야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산 장비들은 전체 공정 중에서도 가장 사고날 위험이 적고 안전한 공정에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