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국민들과 함께 분노하고 걱정도 해야겠지만, 희망과 자신감을 드릴 수 있도록 정치권은 협치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며 “추가경정예산(추경)이나 일본 수출규제 대응만큼은 힘을 모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원내대표단은 이날 간담회에서 우선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대응에 뜻을 모았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경제 한‧일 대전이 시작되었는데, 대통령께서 중심을 잡고 대처해 주셔서 국민들이 든든해 한다”며 “우리도 이 문제를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정부의 단호한 대응을 높이 평가하면서 일본 정부 조치의 부당함을 알리고 국민과 함께 이 문제를 극복해 나가자고 했다. 김영호 의원은 “일제 침략에 맞서 네덜란드 헤이그까지 달려가 부당성을 알렸던 것이 100여 년 전 일이다. 그때는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통해 일본의 부당함과 우리의 정당성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표창원 의원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번에야말로 제2의 독립, 단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 대부분은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추경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는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이렇게 좋은데 왜 재정을 더 투입하지 않느냐며 문제제기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거론되는 개각과 관련해선 “좋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윤후덕 의원은 “추경이 불발되면 어떻게 하나,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크다”며 “8월에는 추경을 반드시 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도 “현재 국회 상황이 건강한 비판을 넘어 정쟁 악순환이란 생각이 든다”며 “민생과 국익이란 원칙 하에서 유연하게 현 상황을 돌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지금 정치가 많이 어렵다”며 “선진 정치 국가인 유럽도 많이 어렵고, 페이크뉴스(가짜뉴스)라든지 정치가 희화화되는 어려움이 있다”며 원내대표단을 격려했다. 또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5당 협의든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든 이와 관련된 협의는 계속 유효하다”고 말했다.
원내대표단은 하반기 ‘일하는 국회’를 위해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상시국회법 개정과 패스트트랙 제도 및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운영 개선 등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하반기에 서비스업발전기본법, 빅데이터 3법 등 59개 중점법안 통과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지난 5월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5월 취임한 이후 이날 처음으로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상견례 겸 이뤄지는 자리여서 비교적 가벼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 참석자가 “아내가 문 대통령에게 ‘사랑한다’고 전해달라고 했다”며 “질투를 느낀다”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임성수 신재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