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노역’ 원조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다시 법정에 선다

입력 2019-07-23 17:35

‘황제노역’의 원조 허재호(77) 전 대주그룹 회장이 탈세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014년 일당 5억 원의 노역을 자처해 ‘기업총수’ 봐주기라는 국민적 공분을 샀던 허씨는 한때 광주지역 민방과 유력 일간지를 소유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광주시가 발표한 고액 체납자 명단에 주민세(양도소득분) 13억2000만원을 내지 않아 개인 최고액을 기록했다. 현재도 광주시 고액체납자 명단의 단골이다.

광주지검 특수부(허정 부장검사)는 2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혐의로 허씨를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허씨는 2007년 5월∼11월 지인 3명의 명의로 된 대한화재해상보험 주식 매각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5억여원과 차명 주식 배당금의 종합소득세 650여만원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허씨는 차명 주식 36만9050주를 팔면서 양도소득 25억원을 숨기고 세금 5억136만원을 내지 않았다. 배당소득 5800만원에 대한 종합소득세도 포탈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앞서 2014년 허씨가 관련회사의 양도세와 증여세 등 63억원을 탈루하는 과정에서 6억8000만원을 고의성이 있는 금액으로 특정해 검찰에 고발했다.

허씨는 당초 사실혼 관계였던 H씨를 배후로 지목했다. 검찰은 H씨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자 허씨에 대한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리고 한동안 수사를 중단했다.

당초 허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으로 감형되는 과정에서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하루 5억원의 노역형을 받았다.

재벌의 막강한 자금력으로 벌금을 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노역형을 살겠다고 나선 허씨에게 국민적 비난이 쏟아졌다.

이후 황제노역에 대한 파문이 커지자 허씨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같은 해 9월 벌금을 완납했고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되자 2015년 8월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허씨는 지난해 1월 변호인을 통해 광주세무서를 상대로 양도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1심에서 패소한 허씨는 오는 25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허씨의 변호인과 측근들을 통해 귀국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귀국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형사재판 출석을 계속 거부할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해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