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없는 고유정 첫 재판’···검찰 ‘계획 범행 입증 자신’, 고유정 ‘우발적 살인’

입력 2019-07-23 16:32
제주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36·구속기소)의 첫 재판이 23일 오전 제주지법에서 열렸다.

“고유정의 사전 계획된 범행”이라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 고씨 측 변호인은 “남편의 성폭행에 맞선 우발적 살해”를 주장하며 앞으로 벌어질 공판 과정에서의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

‘시신 없는 재판’으로 열린 이날 법정에는 예상대로 피고인 고유정은 나타나지 않았다. 정식 공판과 달리 공판준비기일로 열리는 재판에 피고인인 고씨가 직접 출석할 의무는 없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심리에 앞서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 측 입장과 쟁점을 정리하고 심리 계획을 세우는 절차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제201호 법정에서 살인 및 사체손괴·은닉 혐의를 받는 고유정의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고유정이 전 남편인 강모(36)씨가 신청한 면접교섭권 이행명령의 조정절차가 마무리된 지난 5월 10일 이후 잔혹한 범죄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또 “자신이 사용하는 휴대전화와 청주시 자택 내 컴퓨터를 이용해 ‘뼈 강도’ ‘뼈의 무게’ ‘제주 바다 쓰레기’ 등을 집중 검색했다”며 사전에 철저히 계획된 범행임을 주장했다.

이에 고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수박을 써는 과정에서 전 남편이 성폭행을 시도하자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검찰의 공소사실에 반박했다.

이어 “(고씨가) 전 남편을 증오의 대상으로 여겨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아니며, 범행을 사전에 준비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졸피뎀 처방 내역과 뼈의 무게와 강도 등을 검색한 것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전 남편을 살해한 뒤 혈흔을 청소하고, 두 차례에 걸쳐 시신을 훼손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에는 범행 전 살인을 준비하는 듯한 단어를 검색하는 등 피고인의 우발적 범행 주장과 배치된 행위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해야 할 것”을 변호인에게 주문했다.

앞으로 고유정 측은 공판 내내 ‘사전 계획된 살인’이 아닌 ‘우발적 살인’을 주장하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 발생 60일 간 수집한 수십여 점의 증거물과 피해자의 혈흔에서 검출된 수면제 성분 등을 토대로 고씨의 계획범죄 입증에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고씨가 사용한 범행도구에 묻은 혈흔 속 졸피뎀 성분 검출을 위해 전문 기관에 재감정도 의뢰한 상태다. 졸피뎀은 고씨가 피해자의 반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요 범행 도구 가운데 하나다.

고씨 측은 현재 검찰이 확보한 유일한 졸피뎀 검출 혈흔이 자신의 혈흔과 섞여 피해자가 해당 성분을 복용한 적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유정에 대한 다음 재판은 8월 12일 오전 10시 제주지법 제2형사부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신속한 판결을 위해 가급적 공판일정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