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볼턴 방한날 SLBM 탑재 가능한 잠수함 공개

입력 2019-07-23 16:19 수정 2019-07-23 16:22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23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잠수함을 공개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19-2 동맹’ 등을 이유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북한이 미국과의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몸값 올리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동서가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잠수함의 작전능력은 국가방위력의 중요한 구성부문”이라며 “잠수함을 비롯한 해군무장장비개발에 큰 힘을 넣어 국방위력을 계속 믿음직하게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 잠수함이 곧 동해작전 수역에 배치돼 임무를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찾은 조선소의 위치와 잠수함 제원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지난 21일 진행된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참석차 함경남도를 방문한 점을 감안하면 신포조선소를 방문했을 가능성이 높다. 신포조선소는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신포급 잠수함을 만드는 곳으로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북한이 이곳에서 SLBM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고 지난달 보도했다. 김동엽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해당 잠수함이) SLBM 북극성을 발사할 수 있는 다수의 발사관을 가진 잠수함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2~3개의 발사관을 가지고 정상적으로 작전 가능한 실전 배치용으로 개량된 신포급 잠수함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의 잠수함 시찰은 대미 압박용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이 경계하는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 공개를 통해 몸값을 한껏 올리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이후 북한이 김 위원장의 군사 분야 활동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노이 노딜’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북한이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제재 완화 등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내놓으라는 신호를 간접적으로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존 볼턴 미국 백악관 안보 보좌관이 한국을 찾은 날 잠수함을 공개함으로써 미국에게 언제든 ‘강대강’으로 나갈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도 보인다.

한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합동군사연습은 조미협상의 장애요인’이라는 보도를 통해 실무협상 재개 조건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