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잠수함을 공개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19-2 동맹’ 등을 이유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북한이 미국과의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몸값 올리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동서가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잠수함의 작전능력은 국가방위력의 중요한 구성부문”이라며 “잠수함을 비롯한 해군무장장비개발에 큰 힘을 넣어 국방위력을 계속 믿음직하게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 잠수함이 곧 동해작전 수역에 배치돼 임무를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찾은 조선소의 위치와 잠수함 제원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지난 21일 진행된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참석차 함경남도를 방문한 점을 감안하면 신포조선소를 방문했을 가능성이 높다. 신포조선소는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신포급 잠수함을 만드는 곳으로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북한이 이곳에서 SLBM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고 지난달 보도했다. 김동엽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해당 잠수함이) SLBM 북극성을 발사할 수 있는 다수의 발사관을 가진 잠수함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2~3개의 발사관을 가지고 정상적으로 작전 가능한 실전 배치용으로 개량된 신포급 잠수함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의 잠수함 시찰은 대미 압박용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이 경계하는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 공개를 통해 몸값을 한껏 올리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이후 북한이 김 위원장의 군사 분야 활동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노이 노딜’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북한이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제재 완화 등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내놓으라는 신호를 간접적으로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존 볼턴 미국 백악관 안보 보좌관이 한국을 찾은 날 잠수함을 공개함으로써 미국에게 언제든 ‘강대강’으로 나갈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도 보인다.
한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합동군사연습은 조미협상의 장애요인’이라는 보도를 통해 실무협상 재개 조건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