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사 낭독도 기념촬영도 없이, 문무일 검찰총장 떠난다

입력 2019-07-23 15:33

문무일 검찰총장은 24일 퇴임식을 대검찰청 대강당이 아닌 8층 회의실에서 갖기로 했다. 이곳은 평소 그가 대검 간부들과 확대간부회의를 하던 장소로, 대검 연구관들조차 전부 들어가기 힘든 크기의 방이다. 그의 퇴임식에는 검찰 간부들의 퇴임 때 상영되는 헌정 영상도 없고, 퇴임사를 따로 낭독하는 순서도 없다. 청사 앞에서 기념촬영도 하지 않기로 했다.

임기를 채운 총장의 퇴임식이 사실상 비공개로 진행되는 건 처음이다. 문 총장은 예전부터 간소한 퇴임식을 원했고, 조용한 퇴장을 윤석열 차기 총장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다 한다. 대검 관계자는 23일 “윤 차기 총장은 물론 재경지검 검사장 누구에게도 퇴임식 참석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행사 준비를 따로 하지 말라는 문 총장의 지시에 대검은 기념사진만 몇 장 추려 전달하기로 했다.

문 총장은 일선 검사들과의 거리를 가까이한 총장으로 기억된다. 신병처리 등을 두고 고민하는 검사가 있으면 문 총장은 맥줏집으로 그를 불러 토론했다. 최근에는 대검 과장급 중간간부들과 송별회를 했는데, 과장들이 귀가한 문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나오시라”고 한 일도 있었다. 수행기사를 퇴근시킨 문 총장은 다시 걸어 나와 과장들을 만났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먼 후배가 총장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총장의 성격을 말해준다”고 했다.

문 총장은 검찰 개혁 요구가 빗발치던 2017년 7월 취임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과거사를 사과했고, 검찰권 통제 방안들부터 마련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평검사부터 간부까지 수사 단계마다의 의사결정 과정을 일일이 기록케 한 것을 가장 큰 변화로 본다. 시간이 흘러도 수사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흔적을 남기게 한 것이다.

최근 피의사실 공표죄 수사 여부를 심의한 외부기구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도 문 총장이 도입한 것이다. 처음에는 수사 상황을 노출하는 데 대한 거부감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제도가 정착했다. 문 총장은 “감시 체계를 갖춰 둬야 검찰이 오히려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문 총장은 23일 퇴임 인사차 서울 미근동 경찰청을 찾았다. 2년 전 취임 직후에도 그는 경찰청을 방문해 검·경이 동반자라고 말했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인생 2막의 계획을 세웠느냐”고 묻자 문 총장은 “계획이 없는 게 계획”이라고 답했다. 대검 간부들은 문 총장이 미국의 대학에서 형사소송법의 역사를 공부할 것이라고 했다. 총장실에 이미 각종 사전과 독본이 쌓여 있다고 한다.

박상은 구승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