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北통신망 비밀지원 논란…화웨이 때리다가 北이 타깃될 수도

입력 2019-07-23 15:20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거래제한 대상으로 지정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최소 8년 동안 북한의 3G 이동통신망 구축과 유지를 비밀리에 도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 있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로고. AP뉴시스


미국의 부품을 사용하는 화웨이가 북한에 장비를 제공해 미국의 대북제재를 위반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의회에선 화웨이에 대해 미국 부품 수출 제한 등 더욱 강력한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추가 제재의 과녁이 북한으로 옮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화웨이의 북한 통신망 구축·유지 논란이 미·중 무역협상과 북·미 비핵화 협상에 암초로 부상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논란에 대해 “우리는 조사를 해봐야 한다(we'll have to find out)”고 말했다.

WP는 화웨이 내부 문서와 관계자들을 인용해 화웨이가 2016년 상반기까지 최소 8년 동안 비밀리에 북한의 상업용 무선네트워크 구축과 유지를 도왔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2008년 북한의 조선우편통신공사와 지분합작으로 무선통신업체 고려링크를 설립해 3G망을 구축할 때 화웨이가 중국 국영기업 판다 인터내셔널 정보기술과의 제휴를 통해 북한에 장비와 관리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깊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판다는 북한에 기지국과 안테나 등 고려링크 설립에 필요한 장비를 전달하는데 판다가 핵심 역할을 했다. 화웨이는 북한에 장비뿐만 아니라 망통합과 소프트웨어 서비스, 관리서비스와 네트워크 보증 서비스도 제공했다. 화웨이는 북한·이란·시리아 등 국제사회 제재대상국의 이름 대신 암호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A9’으로 지칭됐다.

WP는 미국 부품을 사용한 화웨이가 북한의 이동통신망 구축과 유지 과정에서 장비 제공으로 대북 제재를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북 제재 위반이 사실로 확인되면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추가 제재나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화웨이는 WP에 “우리는 유엔과 미국·유럽연합의 수출 규제와 우리가 진출한 국가의 법을 준수하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나는 화웨이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 대한 추가 우려가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우리와 북한의 관계는 매우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 상무부는 화웨이 논란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이 보도했다.

공화당 톰 카튼 상원의원과 민주당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은 “화웨이와 북한의 연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들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미국의소리’가 전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 부품 수출을 금지하는 법안을 공동으로 상정했던 두 의원은 “의회는 관련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북한과 거래하는 금융기관이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WP가 입수한 자료와 같은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를 토대로 북한이 2008년 3세대 이동통신망을 구축할 당시 통신망이 체제전복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위층들에 대한 대규모 통신 감청을 계획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도 화웨이가 네트워크 장비 제공 등의 형태로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