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 대장, 특히 결장 내 용종(폴립·혹)과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50대 이상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을 받은 경우 간 검사와 치료 뿐 아니라 대장내시경 검사도 게을리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지적이다.
술을 많이 마셔서 생기는 알코올성 지방간과 달리,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지나친 영양섭취 등으로 간에 지방질(콜레스테롤)이 많이 쌓여 발생하는 염증을 말한다.
간에서 지방이 많이 합성되거나 원활하게 배출되지 않아 생긴다. 전체 지방간의 80%를 차지한다.
서울대병원 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김원 교수는 비알코올 지방간염이 결장 내 용종 및 결장암 발생 위험을 크게 증가시킨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결장은 대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길고 구불구불한 장 부위에 해당된다.
연구팀은 2013년 1월~2018년 11월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이 의심되어 병원을 찾은 환자 총 750명의 임상 데이터 및 병리 조직 검사 결과를 활용해 비알코올 지방간의 유병률과 결장 내 용종 및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전체 750명의 간 조직검사 결과 63%(476명)에서 비알코올 지방간이 진단됐다. 476명의 대장내시경 검사 결과 11.1%(53명)에서 결장 내 용종이 악성 종양에 가까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경우 진행성 용종이 발견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평균 연령이 높았으며(53.9세 vs 61.9세) 당뇨 및 고혈압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당뇨: 35% vs 50.9%, 고혈압: 34.7% vs 50.9%)
특히 50세 이하의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는 12.4%만이 결장 내 진행성 용종이 발달해 있던 반면 50세 이상 환자의 경우 무려 32.6%에서 진행성 용종이 확인돼 노년층에 해당할수록 비알코올 지방간에 따른 결장 내 진행성 용종의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
또 비알코올 지방간염의 진행성 용종 및 결장암 발생에 대한 위험도(OR)를 분석한 결과, 비알코올 지방간염 환자의 결장 내 진행성 용종 및 암 발생 위험은 2.08로 정상 대조군(OR=1)보다 무려 2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였다.
비알코올 지방간염이 진행성 용종 및 결장암 발생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라는 얘기다.
김원 교수는 23일 “특히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이 의심되는 고령 환자의 경우에는 간 조직검사 뿐만 아니라 반드시 결장암 및 대장암 검사를 함께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간저널(Liver International) 6월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