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주일 외교관 대상 “수출 규제 보복 아냐” 여론전

입력 2019-07-23 13:41 수정 2019-07-23 15:23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관련해 자국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관 직원을 모아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대대적인 국제 여론전에 나섰다. 일본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은 지난 22일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대해 제3국의 주일 대사관 직원을 모아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23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설명회에선 이번 조치에 대해 “일본 내 수출관리 체제의 재검토”라는 기존 일본 정부의 주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수출규제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대항(보복) 조치가 아닌 수출관리 체제 점검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사히는 외무성 담당자를 인용해 설명회에 수십개국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이 설명회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규제 강화는 징용공 소송 문제에 대한 대항 조치라는 반응이 있어 ‘보복이 아니라 안보를 목적으로 한 수출 관리’라는 일본 입장을 전달해 이해를 얻는 것이 목적”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 중인 점도 그 배경에 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외무성 담당자는 “주요국과 정확한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이 설명회에서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의 담당자가 “조치는 적정한 수출관리의 재검토”라며 ‘징용공 소송’을 둘러싼 한일 대립은 관계없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참석한 각국 대사관 측에서는 한일 대립에 관한 견해를 묻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NHK는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이 각국 대사관 직원 약 20명을 외무성에 모아 이번 조치를 포함해 일본의 수출관리 제도에 대해 실무적 설명을 했다고 전했다. 이번 설명회는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 대사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대해 비판 여론이 국내외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본격적으로 국제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설명회 개최는 최근 블룸버그 통신,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서방 유력 언론매체가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을 비판하고 있는 데 따른 ‘방어’로 보인다. 미국 WSJ와 영국의 FT는 이달 초 자유무역의 가치 수호자를 자처하며 오랫동안 혜택을 누려온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위선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이번 설명회는 또한,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정식 의제로 다루기 하루 전에 열린 것이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가 국제 여론전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본은 22일 도쿄 주재 한국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수출규제 조치의 이유에 대한 설명회를 이례적으로 개최했으나 녹취나 사진 촬영을 허용하지 않았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