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낡은 경유차는 주차도 불이익

입력 2019-07-23 11:58
거주자 우선주차 공간에 주차된 차량들. 연합뉴스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노후 경유차는 서울에서 주차 불이익을 받는다.

서울시는 국내 첫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별 거주자 우선주차 차등제도를 23일 발표했다. 특정 주택가·상가 주변 주민을 위한 주차장인 ‘거주자 우선주차’의 권리 배정 시 친환경 차량은 우대하고 공해 차량은 홀대한다. 배출가스가 적은 1등급 차량에는 가점을, 배출가스가 많은 5등급 차량에는 감점을 준다는 뜻이다.

거주자 우선주차는 주택가와 상가 주변 통행량이 적은 생활도로 일부 구간에 주차구획선을 긋고 주차장처럼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방자치단체가 주차난 해소를 위해 시행한다. 주차 공간을 할당받은 주민·근로자들은 지정된 위치에 지정된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는다. 이들은 정해진 주차료를 지자체에 내고 주차장을 이용한다.

서울시는 우선주차 대상 선정 시 친환경차량을 우대한다. 25개 자치구별로 배출가스 1등급 차량을 우선 배정하는 ‘배정순위 상향방식’ 또는 우선 주차 전체 평가점수에서 가점을 주는 방식을 시행한다. 배출가스 1등급 차량은 전기차와 수소차, 일부 친환경 휘발유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으로 구성된다. 경유차는 1등급에 해당하지 않는다.

서울시는 배출가스 5등급인 ‘공해차량’에는 주차 불이익을 준다. 이런 차량은 대부분 2005년 이전에 제작된 노후 경유차다. 국내 차량의 약 10%(247만대)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선주차 차등제도는 8개 자치구(용산‧노원‧은평‧서대문‧양천‧구로‧관악‧강남구)에서는 이번 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강남구는 기존에 배출가스 1~3등급 차량 모두 1점씩 부과했는데, 앞으로는 1등급 차량에만 2점을 주기로 했다. 용산구에서는 배출가스 1등급 차량에 2점을 주고 5등급 차량에는 2점을 뺀다. 나머지 17개 자치구는 하반기 중 조례를 개정한 뒤 내년 상반기에 시행할 계획이다.

다만 서울시는 경제 사정상 노후 차량을 몰 수밖에 없는 ‘생계형 공해차량’에 대해선 예외를 인정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선주차 차등제도 설계 시 생계형에 대해선 각 자치구가 기준을 신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공영주차장의 주차요금도 배출가스 등급에 따라 차등부과할 방침이다.

그동안 서울시는 노후 경유 차량을 미세먼지의 주요인 중 하나로 보고 축소 정책을 이어왔다. 이번달부터는 5등급 차량의 서울 사대문 안 운행을 제한했다. 김의승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비중이 큰 만큼 등급제를 기반으로 친환경차량이 대우받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대기질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차량이 매연을 뿜어내고 있다. 뉴시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