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없는 첫 재판’에 고유정 나타나지 않아···계획적 범행 부인

입력 2019-07-23 11:47 수정 2019-07-23 16:17
제주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36·구속기소)의 첫 재판이 23일 오전 제주지법에서 열렸다.

‘시신 없는 재판’으로 열린 첫 공판이 열리는 법정에 피고인 고유정은 예상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로 열리는 재판에 고씨가 참석할 의무는 없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제201호 법정에서 살인 및 사체손괴은닉 혐의를 받는 고유정의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앞선 지난 1일 고유정이 철저한 사전 계획으로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살인 및 사체손괴·은닉)로 고씨를 구속기소했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는 사건 발생 1주일만인 지난 6월 1일 청주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고씨는 수사과정에서 잔혹한 살해 과정과 사체 훼손 방법 등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고씨는 전 남편인 강씨가 신청한 면접교섭권 이행명령의 조정절차가 마무리된 지난 5월 10일 이후 잔혹한 범죄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고씨는 자신이 사용하는 휴대전화와 청주시 자택 내 컴퓨터를 이용해 '뼈 강도', '뼈의 무게', '제주 바다 쓰레기' 등을 집중 검색했다.

시신 없는 재판에서 공소유지를 위해 수사에 만전을 기한 검찰은 고씨의 이러한 검색이 완벽한 시신 감추기를 위한 철저한 범행 준비 절차로 판단하고 있다.

고유정 측은 수사당국의 이러한 판단과 달리 성폭행을 시도한 전 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이라면서 ‘계획적인 살인’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고씨는 공판 내내 이 같은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지금까지 수집된 수십여점의 증거물과 피해자의 혈흔에서 검출된 수면제 성분 등을 토대로 고씨의 계획범죄 입증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고유정이 사용한 범행도구에 묻은 혈흔 속 졸피뎀 성분 검출을 위해 전문 기관에 재감정도 의뢰한 상태다. 졸피뎀은 고씨가 피해자의 반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요한 범행 도구 가운데 하나다.

고유정 측은 현재 검찰이 확보한 유일한 졸피뎀 검출 혈흔이 자신의 혈흔과 섞여 피해자가 해당 성분을 복용한 적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정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12일 오전 10시 제주지법 제2형사부의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1차 공판에서는 계획적 범행의 혐의를 벗으려는 고유정 측의 논리와 이에 맞서는 검찰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