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전문가, 후쿠시마산 음식 선수단 제공에 “아베 사고방식 이해 안돼”

입력 2019-07-23 11:32 수정 2019-07-23 13:37

원자력안전위원회 출신 김익중 전(前) 동국대 의대 교수가 “아베 사고방식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정부가 후쿠시마산 음식의 안전함을 홍보하기 위해 도쿄올림픽 선수단에게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김 전 교수는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후쿠시마산 음식을 먹는 게 전혀 안전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후쿠시마에서는 방사능에 피폭된 토양을 걷어낸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위험을 걷어냈기 때문에 후쿠시마산 음식을 먹어도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 전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 다음에 사람에 대한 먹을 것의 (안전) 기준치를 20배 올려버렸다”며 “올릴 수밖에 없다. 국민 전체를 피난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음식을 통한 내부 피폭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방사능 물질 중에서는 평생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물질도 있는 탓이다. 김 전 교수는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원자력이 안전해지냐”며 “아베 사고방식을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에 따르면 2011년 후쿠시마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하고 3~4년 뒤부터 쌀 생산이 재개됐고 피난령도 조금씩 해제되고 있다. 후쿠시마에서 생산·유통되고 있는 쌀들은 방사능 오염토가 쌓여있는 땅 옆에서 나오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 '더쿠'에 올라왔던 후쿠시마 쌀농사 장면 사진. 해당 사진은 2016년 11월자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실렸다. 인터넷 게시판 '더쿠' 캡처.

문제는 제염(방사선에 오염된 인체, 장치, 실내시설 등에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것) 과정이 오염된 농토를 5~10㎝ 정도 긁어낸 뒤 검은 비닐봉투에 담아 쌓아놓는 게 전부라는 것이다. 김 전 교수는 이렇게 쌓인 검은 포대들의 모습이 멀리서 보면 피라미드처럼 보여 ‘검은 피라미드’라고 불린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후쿠시마 쌀의 65~70%가 산업용으로 쓰였다고 한다”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주먹밥, 도시락 이런 데에 그 쌀이 쓰였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밥 지을 때도 이 쌀을 갖다가 썼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자력을 위해서 국민들을 희생시키는 정책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도쿄올림픽 엠블럼. 도쿄올림픽위원회 홈페이지.

특히 도쿄올림픽위원회가 내년 여름에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에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선수단에 식사로 제공하는 것을 두고는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전세계 선수들에게 방사능 오염식품을 먹이겠다는 얘기”라며 “후쿠시마가 안전하다는 걸 선전하기 위한 것인데, 원자력 안전은 선전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진짜 안전해야된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