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재조사한 검찰이 사건 발생 8년여 만에 책임자 34명을 재판정에 세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정)는 23일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 홍지호(68) 전 대표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정부 내부 정보를 누설한 환경부 서기관 최모 씨 등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우선 SK케미칼 홍 전 대표 등 4명, 애경산업 안용찬(60) 전 대표 등 5명, 필러물산 김모(57) 전 대표 등 2명, 이마트 전직 임원 2명, GS리테일 전 팀장 1명, 퓨엔코 전직 임원 2명 등 총 1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의 안정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과실로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당시 정부의 독성실험 결과에서 CMIT·MIT 원료물질과 피해의 인과관계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2013년 첫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검찰 수사는 CMIT·MIT 원료의 유해성에 대한 학계 역학조사 자료가 쌓이고,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관련 연구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재개됐다. 검찰은 1994년 최초 가습기살균에 개발 당시 자료인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 연구노트 등을 압수해 최초 개발 단계부터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부실하게 개발된 사실을 확인했다.
옥시가 만든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등의 원료물질로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를 원료로 공급한 SK케미칼 전 직원 최모 씨 등 4명도 기소됐다. SK케미칼 측은 PHMG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가습기 살균제 관련 실험을 진행한 사실 등이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환경부 서기관 최씨는 환경부 내부 정보를 누설하고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로,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양모씨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가습기살균제 사건 조사를 무마해달라는 부탁으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주무 부처인 환경부 서기관이 내부 정보를 기업에 누설한 것이 드러나며 파장이 일기도 했다.
국립환경과학원도 지난 1994년부터 가습기 살균제 노출 경험자가 약 400만명, 피해자가 5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 건강피해를 신고한 사람은 올해 4월 기준 6384명(사망자 1402명)으로 전체 피해 추정자의 1.1% 수준이다. 이 가운데 피해구제 인정을 받은 사람은 2750명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 2011년
▲ 4∼5월 =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 출산 전후 20∼30대 산모 7명과 40대 남성 1명 등 원인불명 폐질환으로 입원. 산모 4명 사망
▲ 8월 31일 = 질병관리본부, 산모들 폐손상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 추정하는 역학조사 결과 발표
▲ 9월 20일 =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영유아 5명 사망 사례 발표.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제보센터’ 결성해 본격 실태조사 시작
▲ 11월 11일 = 보건당국, 동물 흡입 독성 실험 결과 가습기 살균제 위해성 확인.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등 가습기 살균제 6종 수거 명령
◇ 2012년
▲ 1월 12일 = 가습기 살균제 폐손상 환자 사망 추가. 보건당국이 확인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폐질환 34건 중 사망자 10명으로 늘어
▲ 1월 17일 =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망자 유가족 6명, 국가와 살균제 제조·판매업체 상대로 첫 손해배상 소송 제기
▲ 8월 30일 = 가습기 살균제 피해대책 시민위원회와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망자 유족 8명, 살균제 제조업체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
▲ 11월 11일 = 보건당국, 폐손상 조사위원회 결성. 원인미상 폐질환 신고 사례 300여건 대상으로 가습기 살균제와의 상관관계 조사 착수
◇ 2013년
▲ 4월 18일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결의안’ 가결
▲ 10월 1일 = 환경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 위한 107억여원 재원 마련,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 포함 의료비 지원 방침 발표
▲ 11월 1일 = 가습기 살균제 업체 옥시레킷벤키저, 50억원 규모 지원기금 조성 계획 발표.
▲ 12월 23일 = 환경부, 가습기 살균제 피해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 환경보건법상 사업자의 피해자 배상 근거 마련
◇ 2014년
▲ 3월 11일 = 폐손상 조사위원회 조사결과 발표. 공식 신고 접수 361건 중 가습기 살균제 피해 확실 사례 127건, 가능성 큰 사례 41건. 환자 사망 104건 중 57건이 가습기 살균제 원인으로 결론
▲ 4월 2일 = 환경부, 폐손상 조사위 결과 토대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168명에게 의료비·장례비 등 지원금 지급 결정
▲ 8월 = 첫 손해배상청구 소송 낸 유가족 6명, 옥시레킷벤키저 등 살균제 제조업체와 조정 성립
▲ 8월 26일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 회원들로 구성된 고소인단과 환경보건시민센터, 옥시레킷벤키저 등 15개사 살인죄로 고소
◇ 2015년
▲ 1월 29일 = 첫 손해배상청구 소송 낸 유가족 4명, 국가 상대 소송서 패소
◇ 2016년
▲ 2월 29일 =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 살균제 판매업체인 롯데쇼핑 전·현직 임원 43명 검찰에 고발
▲ 4월 26일 = 검찰, 신현우 전 옥시 대표 피의자 신분 조사
▲ 5월 4일 = 검찰, 옥시 측 유해성 실험보고서 작성한 서울대·호서대 연구실 압수수색. 서울대 수의대 교수 조모씨 긴급체포
▲ 5월 7일 = 검찰, ‘가습기 살균제 실험조작 의혹’ 서울대 수의대 교수 조씨 구속
▲ 5월 14일 = 검찰, 신현우 전 옥시 대표 구속
▲ 5월 23일 = 검찰, 존 리 전 옥시 대표 피의자 신분 조사
▲ 5월 28일 = 검찰, ‘인체 무해’ 허위광고 주도한 혐의로 옥시 연구소장 조모씨 구속
▲ 5월 31일 = 검찰, 신현우 전 옥시 대표와 옥시 전 연구소장, 선임연구원 구속기소
▲ 6월 2일 = 검찰, 노병용 전 롯데물산 대표 피의자 신분 조사
▲ 6월 3일 = 검찰, 이승한 전 홈플러스 회장 및 이철우 전 롯데마트 대표 피고소·피고발인 신분 조사
▲ 6월 8일 = 검찰, 존 리 전 옥시 대표 피의자 신분 조사
▲ 6월 11일 = 검찰, 노병용 전 롯데물산 대표 등 제조·판매업체 관계자 5명 구속
▲ 6월 17일 = 법원, 존 리 전 옥시 대표 구속영장 기각
▲ 6월 24일 = 검찰, 노병용 전 대표 등 제조·판매업체 관계자 8명 구속기소. ‘실험조작 의혹’ 호서대 교수 유모씨 구속기소
▲ 7월 13일 = 검찰, 존 리 전 옥시 대표 불구속 기소. 신현우 전 대표에 사기 혐의 추가 적용
▲ 7월 26일 =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현장 조사
▲ 9월 29일 = 법원, ‘실험조작 의혹’ 서울대 수의대 교수 조모씨에 징역 2년 선고
◇ 2017년
▲ 1월 6일 = 법원, 옥시 신현우 전 대표에 징역 7년, 노병용 전 대표에 금고 4년 선고. 존 리 전 대표는 무죄 선고
▲ 1월 20일 =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 국회 통과
▲ 4월 28일 = ‘실험조작 의혹’ 서울대 수의대 교수 조모씨 항소심서 무죄
▲ 7월 26일 = 신현우 전 옥시 대표 항소심서 징역 6년으로 감형, 존 리 전 대표 무죄 선고
▲ 8월 17일 =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 항소심서 금고 3년으로 감형
▲ 9월 = 공정거래위원회, 가습기 살균제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재조사
▲ 9월 26일 = ‘실험조작 의혹’ 호서대 유모 교수 징역 1년4개월 확정
▲ 12월 26일 = 환경부, 가습기 살균제 천식 질환자 6명 첫 피해 인정
◇ 2018년
▲ 1월 25일 = 신현우 전 옥시 대표 징역 6년, 존 리 전 대표 무죄 확정
▲ 2월 12일 = 공정위, ‘표시광고법 위반’ SK케미칼·애경 전직 대표 4명 고발
▲ 3월 =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 4월 2일 = 검찰, '표시광고법 위반' SK케미칼·애경 불기소 처분
▲ 11월 27일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SK케미칼·애경 재고발
▲ 12월 11일 = 사회적참사 특조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직권조사 의결
◇ 2019년
▲ 1월 15일 = 검찰, SK케미칼·애경·이마트 압수수색. 2차 수사 착수
▲ 2월 28일 = 검찰,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 증거인멸 혐의 구속
▲ 3월 14일 = 검찰, 박철 SK케미칼 부사장 증거인멸 혐의 구속
▲ 3월 15일 = 검찰,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 구속기소
▲ 3월 18일 = 검찰,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소환조사
▲ 3월 30일 = 법원,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구속영장 기각
▲ 4월 1일 = 검찰, 박철 SK케미칼 부사장 구속기소
▲ 4월 17일 = 검찰,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구속
▲ 5월 1일 = 법원,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 구속영장 재차 기각
▲ 5월 3일 = 검찰,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구속기소
▲ 6월 14일 = 검찰,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불구속기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적용
▲ 7월 23일 = 검찰, 2차 수사 결과 발표. 제조·판매업체 전·현직 임직원 등 8명 구속기소, 26명
연합뉴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