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울산지검의 ‘경찰관 피의사실 공표 사건’에 대해 ‘계속 수사’ 결론을 내렸다. 관행처럼 이어져 온 피의사실 공표 문제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수사권을 둘러싸고 계속돼온 검·경 간의 갈등으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울산지검은 “경찰에 대한 옥죄기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검찰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검 산하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22일 울산지검의 울산경찰청 소속 경찰관 2명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수사심의위는 회의를 마친 뒤 울산지검과 울산경찰청 측에 이 같은 결과를 각각 통보했다. 수사심의위는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까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해당 경찰관 2명이 입건된 뒤 검찰 조사를 받지 않은 단계임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지난 1월 울산경찰청이 약사 면허증을 위조해 약사 행세를 한 30대 여성을 구속하며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가 발단이 됐다. 울산지검은 해당 여성이 공인이 아닌데도 경찰이 기소 전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이 현행법 위반이라며 지난 6월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장과 팀장을 입건했다. 이 경찰관들은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알려지던 피의사실 공표죄를 적용한 피의자 신분이 됐다.
수사심의위가 ‘계속 수사’ 결론을 내리면서 이 경찰관들은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사상 첫 피고인이 될 확률이 높아졌다. 수사심의위의 결론을 통보받은 울산지검은 곧 경찰관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미뤘던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피의사실 공표 혐의를 받는 첫 피고인이 생겨나겠느냐”는 질문에는 “성급하다. 확인을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지검의 이번 수사는 검찰의 경찰에 대한 ‘손보기’로 해석되기도 했다. 앞서 울산지검과 울산경찰청이 고래고기 환부 사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사건 등을 놓고 대립했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일부 넘기는 수사권 조정 문제도 첨예한 상황이다.
하지만 수사심의위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한 울산지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검·경간의 갈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는데, 그 설명의 진정성이 통해 ‘계속 수사’ 결론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의사실 공표죄 수사를 계속하라는 수사심의위의 이번 결론은 경찰뿐 아니라 검찰에게도 많은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게 울산지검의 반응이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일 때 특정 사건에 대한 보도자료가 배포되는 것은 현행법에 반하는 것”이라며 “가급적이면 수사 종결을 기다려 국민들에게 알릴 부분만 알리는 게 원칙으로 자리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피의사실 공표 문제는 검찰이 더 하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느냐”며 “경찰 옥죄기가 아니라, 검찰의 관행에 대한 도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