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주’ 시작된 자사고 논란… 빨리 매듭 짓는다지만

입력 2019-07-22 17:50


서울시교육청이 일반고로 전환될 처지에 놓인 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대상으로 22일 청문 절차를 시작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없다고 공언했고, 자사고 측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교육부는 조속히 자사고 동의·부동의 절차를 매듭짓겠다는 입장이지만 당분간 고교 현장의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교육청은 이날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에서 지난 9일 재지정 취소 결정을 받은 자사고 8곳을 대상으로 청문 절차에 돌입했다. 이날은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순으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23일은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24일은 중앙고 한대부고 순으로 청문을 연다. 각 학교 교장들은 청문에서 이번 재지정 평가 절차가 부적절했다는 의사를 교육청에 전달했다. 향후 교육부의 지정 취소 동의가 이뤄지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정규 경희고 교장은 청문이 끝난 뒤 “교육청의 답변이 부실하다고 느꼈다. 반드시 자사고 지위를 복원시키겠다”고 말했다. 고진영 배재고 교장은 “학교 측 의견이 청문에서 잘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청문은) 어쨌든 과정상 꼭 필요한 부분이고, 준비된 내용들은 소송으로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재윤 세화고 교장은 “모든 학교들이 공통적으로 (재지정 평가) 절차가 부적절했다고 한다. 제출한 자료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고 누락된 부분이 있는데 청문을 통해 학교의 입장을 잘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교육청 정문 앞에서는 각 자사고 학부모들의 재지정 취소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경희고 학부모들은 막대풍선과 장구를 두드리며 ‘자사고 지켜줘’ ‘학교는 우리 것’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배재고 학부모들은 바닥에 앉아 침묵시위를 벌였다. 전날 열린 자사고 집회에서도 자사고 재학생들은 “자사고를 놔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학생 동원”이라고 되받았다.

교육부는 상산고 등 자사고 3곳의 지정 취소 여부를 가능한 빨리 확정할 계획이다. 장관 자문기구인 특수목적고 등 지정위원회가 오는 25일 각 교육청으로부터 올라온 평가 자료 등을 검토하고 26일 결론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목고 등 지정위를 지켜봐야겠지만 곧바로 발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북 지역 교육·학부모단체들이 결성한 ‘상산고 자사고 폐지-일반고 전환 전북도민대책위’는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관은 상산고 지정 취소에 동의하라”고 촉구했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자사고들이 학생과 학부모를 행사에 동원했다”고 비난했다.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된 ‘서울 자사고 가족문화 대축제’에서 학생·학부모·교사 5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자사고 폐지 반대”를 외친 것을 꼬집은 것이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사고·특목고 폐지에 찬성하는 응답은 51.0%로 나타났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37.4%였다.

이도경 박구인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