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제한 조치로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책 마련에 나서며 한일무역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대표적 ‘지일파’인 이 총리가 공식·비공식 채널을 활용해 협상에 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강대강’ 대치로 평행선을 달려온 한국과 일본이 접점을 찾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서남아시아 4개국 순방을 마치고 22일 오전 귀국한 이 총리는 곧바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집무실로 이동,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성윤모 산업통산자원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으로부터 약 1시간 가량 한·일 관련 현안 보고를 받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이 총리는 노형욱 국무조정실장과 최병환 국무1차장으로부터도 관련 보고를 받았다.
이 총리가 본격적으로 대일 협상 전면에 나서면서 경색된 한·일 관계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 정부 인사 중 일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 총리가 수면 위아래에서 협상을 조율하는 만큼 일본과의 접점 찾기가 한결 수월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타지키스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본과) 모종의 흐름이 진행되고 있다”며 “서로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참의원 선거가 끝난 것도 이 총리의 운신의 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선거를 마무리한 만큼 향후 한국과 협상에서 이전보다 유연한 태도를 취할 수 있어서다. 앞서 일각에서는 일본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총리도 지난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일이 가까워지면 말을 거칠게 하거나 신중치 못해도 유권자에게 환영받을 수 있다“며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가 참의원 선거 때문이었느냐 아니냐와 별도로 참의원 선거가 외교적 협의의 제약요인 가운데 하나였던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