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 선거가 자민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한국 압박이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 제외 조치 방지와 일본을 협상장에 끌어올 수 있는 우리 정부의 대안 제시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일본이 예고한 대로 이달 말 혹은 다음달 초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다면 한·일 관계는 당분간 되돌리기 쉽지 않은 상태로 접어들게 된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일본의 모든 전략물자에 대한 수출 허가를 개별적으로 받아야 하는데, 한국은 첨단소재와 전자, 통신 분야의 1100여가지 품목을 조달하는데 심각한 지장이 발생한다. 또 일본의 한국에 대한 규제기간도 장기화되기 때문에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 경우 양국 국민간 반일(反日)·반한(反韓) 감정도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외교소식통은 22일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는 한·일 뿐 아니라 미국 등 관련국과의 산업에도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막는 것”이라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국가 발표까지 일주일 이상, 실제 시행까지 한달 이상 기간이 남았기 때문에 무조건 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망은 밝지 않다. 당국은 일본 정부가 일단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는 예고한 대로 시행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청와대와 여당의 ‘극일(克日)’ 강경 기류도 여전해 당분간 외교적 해법 마련은 요원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는 이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의식해 강경 기조의 대책을 발표했다.
최재성 특위 위원장은 국회 브리핑에서 “1100개 품목에 대한 정밀 지도는 구축해놨다”며 “만약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다면 아베 총리의 일방적 보복카드에 대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 대응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관련 옵션을 정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았지만, 정밀 지도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 또한 일본에 타격을 주는 방식의 대응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 위원장은 “수출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이 수출을 어렵게 만드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아베 정권이 스스로 제 발등 찍기 식의 일을 하고 있다”며 “결국 반도체 소재 부품의 경우 일본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을 협상장으로 끌어오기 위한 대안을 정부가 선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정부는 아직까지 지난달 19일 일본에 제안한 ‘한·일 기업 기금 출연안’, 이른바 ‘1+1안’ 이외의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정부 제안을 당일 거절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대법원 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 이외의 피해자 보상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일정한 책임을 지거나 공기업의 기금 출연 방안이 포함된 ‘1+1+α(알파)안’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다만 정부는 여전히 ‘1+1안’을 토대로 일본과 함께 다른 대안을 마련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최승욱 신재희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