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 죽이기’ 신은미 “종북 마녀몰이로 인생이 바뀌어”

입력 2019-07-22 16:45
22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앨리스 죽이기’ 화상 간담회에 참석한 신은미(위)씨와 김상규 감독. 연합뉴스

“마녀사냥식 ‘종북’ 몰이를 당하면서 저는 빨갱이가 됐고, 북에서 남파된 문화 공작원이 됐습니다. 평범한 재미교포 아줌마가 북에 다녀와서 나눈 얘깃거리가 갑자기 화제가 되면서 두 달여 동안 허무맹랑한 왜곡 보도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로 인해 제 인생이 바뀌었지요.”

박근혜정부 때 이른바 ‘종북 콘서트’ 논란으로 강제 출국을 당한 성악가 출신 재미교포 신은미(58)씨는 22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앨리스 죽이기’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거주 중인 그는 화상을 통해 취재진의 물음에 응답했다.

“남녘땅은 저의 모국입니다. 그곳에는 저의 노모가 살아계시고, 지인과 친구들도 있죠. 당장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우리 민족이 화해하고 평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역사적 시기가 도래했는데, 가능하다면 남과 북에 모두 가보고 싶습니다.”

신씨는 남편 정태일씨와 함께 2011년부터 여러 차례 북한을 여행하고 그곳에서 느낀 여행기를 온라인에 연재하고 단행본으로도 출판했다. 이와 관련한 북 콘서트까지 진행했다가 ‘북한 고무찬양’ 의혹을 받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15년 1월 강제 출국 및 5년간 입국 금지 조치를 당했다. 다음 달 8일 개봉하는 ‘앨리스 죽이기’는 그 일련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신씨는 “이런 영화가 일반 극장에서 상영된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너무 놀라운 사건이었다”며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관심을 갖고 공감해주실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북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데, 국민들의 지지가 없다면 한반도 평화 정착은 한낱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서로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여행을 가서 느낀 건, 70년간 분단돼 살아왔지만 우리는 같은 동포이자 이웃, 겨레, 형제라는 점입니다. 북녘 동포를 만나 마음을 나누다 보니 서로 다름을 이해하게 되고 인정하게 되더군요. 무의미한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평화로운 상생 관계를 구축한다면 서로에게 축복이 되지 않을까요. 남과 북이 자유 왕래할 수 있을 때까지 미미하게나마 제가 오작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연출은 맡은 김상규 감독은 “이 영화를 촬영한 게 5년 전이다. 그동안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국민들의 촛불로 정권이 바뀌었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면서 “그럼에도 아직은 ‘선언적 평화’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레드 콤플렉스’에 대해 돌아보고, 거기서 얼마나 자유로워졌는지 우리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