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 사태’ 장외전 … 김승환 교육감 ‘아들 유학’ 놓고 뜨거운 설전

입력 2019-07-22 16:21 수정 2019-07-22 20:07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전북도교육청 제공.

“내 아들 영국 B칼리지에 입학한 뒤 케임브리지 대학 졸업한 것 맞다. 열심히 노력해 준 아들이 자랑스럽다.” (김승환 교육감)
“수천만원 들였을 내 아들은 자랑스럽고, 남들 아이는 귀족인가? 그 이중성에 분노한다.” (상산고 학부모)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관련 절차가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김승환 전북교육감 아들의 ‘고액 유학’을 두고 학부모와의 뜨거운 장외전이 펼쳐졌다.

김 교육감이 지난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들이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한 사실을 시인하며 소회를 밝히자, 상산고 학부모가 김 교육감에 보내는 편지를 언론에 보내왔다.

당일 김 교육감은 그동안 언론 등의 의혹 제기에 “인간관계에 있어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다. 그것 중 하나가 자식들은 건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 교육감은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면 모르지만 자녀들에 대한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상산고 1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라고 밝힌 이모씨는 “교육감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자식들을 아끼는 부성애(父性愛)는 모두 같구나’하는 생각을 했다”며 말을 꺼냈다.

이씨는 “인간으로서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는 것처럼 인간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지켜야 할 ‘상식’이라는 것이 있다”고 맞받아치고 “지금 상산고 학부모는 물론 전국의 많은 학부모들이 교육감 아들의 고액 외국 대학입시 준비를 알고 분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녀가 좋은 대학을 졸업한 것은 당연히 축하받을 일이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체류비까지 수천만원이 들었을 교육감 아들은 자랑스럽고 남의 아들은 귀족·특권교육이라고 몰아붙이는 ‘이중성’에 분노하고 있다. ‘내로남불’을 꼬집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 교육감 아들이 다닌 B칼리지는 1텀(3개월)에 최대 1300만원 정도의 학비가 드는 유명 대학입시준비기관으로 알려졌다. 1년 3텀을 공부할 경우 학비만 4000만원 가까이 된다.

김 교육감은 “언론에서 보도된 학비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에 이씨는 “장학금을 받았을 경우를 인정한다”면서도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영국에서 숙박 등 체류비까지 합치면 서민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육감은 그동안 1년 학비가 640만원에 이르는 상산고를 ‘귀족학교’라고 비난해 왔다.

김 교육감은 이날 인터뷰에서 “그 대학 졸업하기 힘든 곳이다. 열심히 노력해 준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에 이씨는 “우리 학부모들도 열심히 노력해 원하는 고교에 진학한 자녀들이 자랑스럽다”며 “그러나 교육감의 말 한마디로 ‘귀족학교’니 ‘특권학교’니 ‘입시전문기관’이니 하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던 아이들이 받은 상처와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느냐”고 따졌다.

김 교육감은 또 이날 “(아들 딸이) 자신들에 대한 기사와 각종 의혹으로 인해 상처를 받을 법도 한데 별일 아닌 것처럼 생각해준 것에 대해서도 대견하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이씨는 “우리도 우리 아이들이 대견하다”며 “전북교육청과 교육감의 엉망인 행정으로 인해 상처받고 혼란을 겪고 있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학교생활에 충실한 것에 대해 무한한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씨는 ‘전북의 인재’에 대한 논쟁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고향인 전주에서 살고 있다는 그는 ‘상산고 학생들은 졸업하면 다른 지역으로 대부분 떠나니 전북의 인재가 아니다’라는 전북도교육청의 논리에 대해 “그럼 영국에서 대학을 나온 교육감 아들은 전북의 인재가 아닌가? 영국에서 뛰고 있는 축구선수 손흥민은 대한민국의 인재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의 아이들이 전북은 물론 대한민국의 인재가 되고 자부심이 되도록 우리 어른들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육감의 이번 인터뷰로 인해 그동안 해외 출장이라는 명목으로 잇따라 영국을 방문한 것이 결국 이역만리에 있는 아들에게 밥을 사주러 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새롭게 일고 있다.

김 교육감은 2010년 취임한 이후 8년간 10차례나 ‘영어교사 해외연수 점검’이라는 명목으로 해외출장을 나갔다. (국민일보 2018년 10월17일 보도.) 그러나 같은 나라, 같은 대학을 두 세번씩 방문해 방학때마다 ‘정기 휴가’를 다녀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에 이어 다시 영국을 찾은 2015년 8월과 지난해 8월에 아들이 현지에 있었을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김교육감이 유학중인 아들을 격려하러 갔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학부모 이씨는 “조만간 (교육부 결정으로) 모든 일이 곧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며 “교육감의 기대와는 다른 결정이 나오더라도 더 이상 혼란스런 상황을 만들지 말고 남은 임기동안 교육 수장의 소명을 잘 마무리하시길 소망한다”고 당부했다.

또 이씨는 추신을 통해 전북교육청의 정책자문관인 차모씨가 최근 자사고 반대 대책위 대표를 맡아 활동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고 지적하고 “자문이라는 본연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교육감이 바로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차씨가 어떤 주장을 하고 싶으면 공적인 직함을 떼고 ‘자연인’으로 돌아가서 활동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