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본계 자금의 유출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국내 기업에 피해가 발생하면 금융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2일 “태스크포스에서 (국내 기업 등이 일본계 금융사로부터 조달한 대출과 외화채권의) 만기 도래 현황 등을 점검 중”이라며 “일본 (정부 측) 움직임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달 초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 국가(백색국가·수출 허가 면제 국가)’에서 제외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직후 금융감독원 및 시중은행들과 함께 금융부문 점검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금융 당국은 금융회사가 조달한 일본계 자금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돈줄’ 역할을 하는 금융회사들이 일본 측의 자금 회수 등으로 ‘현금 경색’을 겪으면 여파가 산업계 전반에까지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과 일부 전문가는 일본이 기존 자금을 회수해가거나 만기 연장과 신규 대출을 거부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은행과 카드사가 보유한 일본계 외화차입금은 지난달 말 기준 각각 10조6000억원, 9조5000억원으로 모두 20조2000억원 규모다. 은행과 카드사는 금리가 싼 일본자금을 빌려 국내 기업 등에 대출을 해주고 차익을 내는 식으로 활용해왔다.
금감원은 최근 일본이 국내 자금을 모두 회수해 가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 금융시스템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안정성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국내 경제에 충격을 주는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금융 당국은 일본 측 금융보복의 현실화 가능성과 충격을 모두 낮게 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일본계 자금 동향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이상 조짐은 전혀 없다”며 “현실적으로 볼 때 일본 금융기관이 일제히 대출금을 회수해가거나 하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 당국은 일본이 돈줄을 죄는 상황이 오더라도 다른 외화자금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사의 일본계 자금 차입은 국내 카드사 자산유동화증권(ABS)의 금리 조건이 좋아 일본 쪽에서 많이 사간 것일 뿐 다른 데서 안 사가서 일본이 사간 게 아니다”라며 “신용면에서 다른 쪽으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피해를 보게 되는 기업에 대출이나 보증 등의 형식으로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공급 예정인 정책금융자금은 10조원, 무역금융 자금은 7조5000억원 수준이다.
강창욱 최지웅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