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러 청문회 앞두고 美하원 법사위원장 “트럼프 중범죄 증거 있어”

입력 2019-07-22 13:32
미국 민주당 소속의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21일(현지시간)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결과보고서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범죄와 경범죄를 저질렀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민주당 소속의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 AP뉴시스

이번 발언은 24일로 예정된 뮬러 특검의 하원 법사위·정보위 청문회를 앞두고 나왔다. 이번 청문회에서 뮬러 특검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뮬러 특검의 청문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내들러 위원장은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저지른 위법 행위는 탄핵 사유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보고서에 적시된 트럼프 대통령의 유죄 증거를 우리가 미국민들에게 알리거나 뮬러 특검이 알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부는 책임을 져야 하며, 어떤 대통령도 법 위에 있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내들러 위원장은 “이번 청문회가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청문회가 실패작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각오를 다졌다.

내들러 위원장은 “미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뮬러 특검에게 매우 구체적인 질문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우리는 뮬러 특검에게 ‘수사보고서 344쪽의 두 번째 단락을 읽어 달라’고 요구하고, ‘그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를 서술한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그것을 했다는 것을 당신은 찾았는가’라고 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들러 위원장이 어떤 증거를 확보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내들러 위원장이 뮬러 특검 청문회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바람잡이’용 발언을 했다는 의구심도 있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AP뉴시스

이번 청문회는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에게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 대결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범죄 혐의를 드러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를 날리는 것이 목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청문회가 헛방으로 끝나면서 러시아 스캔들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탄핵 여론이 다시 불붙을지도 관심사다. 민주당의 앨 그린 의원은 유색 여성 의원들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제출했으나 하원에서 찬성 95·반대 332라는 큰 표 차로 부결됐다. 민주당 의원들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반대표를 대거 던졌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에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나온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하지만 청문회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미국 의회가 8월 초부터 한달 간 휴회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선 장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러시아 스캔들은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선거캠프와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공모·내통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이다. 뮬러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훼방을 놓았다는 사법 방해 의혹과 관련해선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서 정치 공방을 야기했다.

이번 청문회는 은둔 상태에 있던 뮬러 특검이 사실상 처음으로 입을 여는 자리다. 뮬러 특검은 지난 5월 29일 법무부에서 9분 30초짜리 기자회견을 가졌으나 발표문만 읽고 퇴장했다. 뮬러 특검은 “대통령 기소는 우리의 옵션이 아니었다”고 말하면서 또 다시 파장을 일으켰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