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친중 극명히 갈린 홍콩…반중 시위대 폭행당해 30명 이상 부상

입력 2019-07-22 10:13 수정 2019-07-22 10:31
21일(현지시간) 홍콩 위안랑(元朗) 전철역에서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쇠 막대기와 각목 등을 휘두르는 흰옷의 남성들(왼쪽). 전철 객차에 난입한 흰옷의 남성들(오른쪽). [Stella Lee 페이스북 화면 캡처]

홍콩에서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을 두고 반중파와 친중파로 의견이 극명히 갈리며 유혈사태까지 발생했다. 21일(이하 현지시간) 반중파 시위대가 대규모 시위를 연 데 이어 반중파 시위대에 대한 ‘테러’까지 발생해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22일 사우스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21일 밤 위안랑(元朗) 전철역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번 폭력 사건으로 반중파 시위대를 포함해 다수의 시민이 피해를 입었다.

흰 상의를 입고 마스크를 쓴 다수의 건장한 남성들은 금속 막대기와 각목 등을 들고 21일 오후 6시쯤부터 위안랑 역 근처를 배회했다. 이후 오후 11시쯤 역사에 들이닥쳐 갖고 있던 금속 막대기와 각목 등을 휘두르며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폭행은 정차한 전철의 객차로 피신한 승객들을 쫓아가면서까지 이뤄져 객차 안에서도 시민들의 비명 소리가 이어졌다.

현지 언론들은 이들이 주로 검은 옷을 입은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자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며 송환법 반대 시위에 불만을 품은 친중파의 소행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SCMP는 이들이 폭력조직인 ‘삼합회’ 조직원들로 보였다고 전했다. 전날 진행된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검은색 상의를 입고 있었다.

‘백색테러’를 자행한 이들의 폭력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오후 11시30분까지 이어졌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경찰이 현장에 너무 늦게 도착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발생한 폭력사태로 위안랑 역 승강장 곳곳에는 부상자들이 흘린 핏자국이 남았다. 22일 새벽 2시30분 기준 36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검은 물결'을 이룬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 AP=연합뉴스

한편 전날 오후 빅토리아공원에서 열린 송환법 반대 시위는 민주진영 단체들의 연합체인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했다. 21일 오후 3시쯤 시작된 시위는 30도를 넘는 뜨거운 날씨 속에서도 주최 측 추산 43만명이 참여했다. 경찰은 13만8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시위 참여자는 지난달 9일과 16일, 이달 1일에 열린 대규모 도심 집회 참여자보다는 그 수가 줄었다.

반대 시위에서는 송환법 완전 철폐, 캐리 람 행정장관 사퇴, 경찰의 시위대 과잉 진압 조사와 처벌, 완전한 민주 선거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빅토리아 공원을 출발해 완차이에 있는 복합체육시설인 사우던 플레이그라운드로 행진했다. 집회는 대체로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최루탄을 쏘며 송환법 반대 시위대의 해산에 나선 홍콩 경찰. AP=연합뉴스

그러나 일부 시위대는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도로를 점거한 채 대법원청사와 정부청사 방향까지 나아가면서 해산에 나선 경찰과 곳곳에서 충돌해 부상자도 속출했다. 시위대는 경찰에 벽돌 등 물건을 던지며 맞섰고 방독면과 헬멧, 방패로 무장한 경찰은 최소 수십발의 최루탄을 쏘면서 진압에 나섰다.

시위대가 뿌린 검은 페인트로 얼룩진 중국 국가 휘장. AFP=연합뉴스

특히 시위대 중 일부는 중국 중앙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인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앞까지 가 중국 중앙정부를 상징하는 붉은 휘장에 검은 페인트를 뿌리고 날계란을 던졌다. 이어 연락판공실 청사 벽에 반중국 구호와 욕설 등을 빨간 스프레이로 적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중국 중앙정부는 시위대를 강력히 비난했다.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21일 저녁 발표한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이런 행위는 중국 정부 권위에 공공연히 도전하고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마지노선을 건드리는 것으로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홍콩 경찰이 적시에 행동에 나서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 역시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국가 휘장을 훼손해 국가 주권에 도전한 시위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홍콩 자치정부는 이번 사건을 법에 따라 심각한 방식으로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