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볼턴의 세가지 의제…한일 갈등 중재도 하고 美 요구도 내밀고

입력 2019-07-22 09:56 수정 2019-07-22 14:58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일 갈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한다. 일본을 먼저 들른 후 23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뉴시스


볼턴 보좌관이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볼턴 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한·일 양국에 전할지도 관심사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21일(현지시간) “볼턴 보좌관의 이번 방문은 다목적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볼턴 보좌관은 한·일 갈등의 물밑중재에 나서면서도 한·일 양국에 호르무즈 해협 민간선박 보호 동참을 요구하는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번 방문은 중재와 요구가 모두 포함된 양면성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청와대는 볼턴 보좌관이 방한 기간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이 단독으로 한국을 찾는 것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일본을 방문 중인 볼턴 보좌관은 22일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국장과 회담을 가졌다. 볼턴 보좌관은 “폭넓은 의제에 대해 건설적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23일까지 일본에 머물면서 고노 다로 외무상,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과도 각각 만날 예정이다.

볼턴 보좌관의 출장 서류 파일에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그는 3가지 의제를 놓고 한·일 당국자들과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도 가장 중요한 숙제로 한·일 갈등의 중재를 거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갈등에 관여 의사를 밝힌 이후 볼턴 보좌관이 양국을 방문한다”면서 “한·일 무역 분쟁은 한·미·일 3각 공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은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양국의 확전 자제를 요청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두 번째 이슈는 미국과 이란의 정면충돌로 화약고가 돼 버린 호르무즈 해협의 민간선박 보호와 관련한 동참 요청이다. 볼턴 보좌관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 한국보다 일본에 더 강한 압력을 더 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일본은 세계 4위의 석유 수입국이며 지난해 전체 수입량의 86%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수입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일본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태다.

볼턴 보좌관은 한국에게도 호르무즈 해협의 민간선박 보호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비핵화 협상도 빼놓을 수 없는 의제다. 이 이슈는 한국과 더 깊게 논의할 사안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북·미 실무협상을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연계하면서 북·미 대화가 또 난관에 직면했다. 볼턴 보좌관은 한국 당국자들과 만나 한·미 연합훈련을 예정대로 다음 달 실시하면서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 대책 마련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직접 만나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볼턴 보좌관은 한·일 갈등과 관련해 한국이 파기를 검토 중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파기될 경우, 한·미·일 안보 공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이 한국 정부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우세하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