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 제한 등 경제보복 조치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일본이 평상심으로 돌아와 외교적 협의에 임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고 그렇게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중앙·서남아시아 4개국을 순방하고 있는 이 총리는 이날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가 참의원 선거 때문이었느냐 아니냐와 별도로 참의원 선거가 외교적 협의의 제약요인 가운데 하나였던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앞서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왔다. 참의원 선거를 마무리한 만큼 일본이 향후 한국과의 협상에 보다 유연하게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총리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문제가 미국의 중재를 불러올 카드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청와대에서 밝힌 그대로 방향을 정해놓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 시간이 있으니 그 안에 전개될 상황 변화도 고려하겠다는 취지”라고 답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회동에서 GSOMIA와 관련,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한·일 간 대립이 경제에서 군사안보 분야로까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자 청와대는 다음 날 ‘GSOMIA 유지가 기본 입장’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 총리는 “한·일 양국은 상호의존적 체제로 세계 경제 성장에 함께 기여해왔고 동북아 안보에 협력하며 기여해왔는데 이것을 흔들거나 손상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 “22일 오전 귀국하면 정상 출근해 곧바로 외교·산업 장관으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로 알려진 개각 시기와 규모, 향후 본인 거취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총리는 “검증의 결과가 어떤지가 시기와 개각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 외교안보 라인 교체 관련 질문에는 “제가 아는 한 그쪽은 주된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또 ‘개각 대상에 총리는 포함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제 입으로 어떻게 진술하겠느냐”며 답을 피했다.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이 총리는 “제 머릿속에 총선 출마 계획이 없다”면서도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지역구 출마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냐’고 묻자 이 총리는 “정부·여당의 구성원인 건 틀림없다”며 “제가 뭘 하겠다는 계획을 제가 세워놓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 대권에 대한 생각이 어떤가’라는 물음에 이 총리는 “총리의 짐도 무거워서 더 무거운 짐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답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