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운영 성과 평가에서 재지정 취소를 결정한 학교를 대상으로 청문 절차를 앞둔 가운데, 서울 자사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한데 모여 자사고 폐지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부모와 학생, 교사, 동문 등 서울 소재 21개 자사고 관계자들은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서울 자사고 가족문화 대축제’라는 이름으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학교는 우리꺼’ ‘자사고 지켜줘’라는 구호를 외치며 자사고 지정 취소를 철회해줄 것을 교육당국에 요구했다.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5000여명이 참가했다.
자사고 학생들은 춤 노래 뮤지컬 등 각종 문화공연을 선보이며 끼와 재능을 맘껏 펼쳐 보였다. 전수아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장은 “오늘 학생들이 춤 노래 뮤지컬 등 공연을 직접 준비했다. 자사고가 입시기관,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는데 아이들의 재능과 끼를 살리는 교육할동을 하고 있음을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사고 학생들은 자사고가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수현(17·경희고 2학년)군은 “학교의 진로 프로그램이 제 진로와 어울린다고 생각해 진학을 결정했다. 자사고는 학생들이 특성을 살리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라며 “좋은 학교와 선생님을 뺏어가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우태원(16·중앙고 2학년)군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학교인데 교육청에 의해 교육권을 뺏긴 기분이다. 우리 학교가 자사고 지위를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단 자사고 학부모들은 사흘간 진행되는 교육청 청문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에서 재지정 취소를 결정한 8개교(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중앙고 이대부고 한대부고)를 대상으로 22~24일 청문을 갖는다. 자사고 학부모 1000여명은 이 기간 교육청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인다. 교육청은 청문이후 해당 8개교의 자사고 지위 취소에 동의해달라는 신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한다. 교육부가 이를 받아들이면 8개교는 내년 3월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자사고 측은 교육당국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 및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김철경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장(대광고 교장)은 “자사고는 대한민국 공교육의 건전한 리더다. 무엇이 적폐인지 모르겠다”며 “교육당국의 입장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자사고 지정 취소 동의가 이뤄지면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