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 및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부터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진다. 한·일 외교장관이 만날 수 있는 계기도 내달 최소 두 차례 이상 예정돼 있어 극적인 합의점 마련 여부도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여’ 의사를 이끌어낸 정부는 오는 23일 이틀 일정으로 방한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서도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볼턴 보좌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물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나기 때문에 한·일 갈등과 함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 한·일 현안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볼턴 보좌관이 일본을 거쳐 한국에 오기 때문에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 및 예고된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자세히 듣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근 청와대가 재검토를 언급한 지소미아 연장 문제에 대해 일본의 입장이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미·일 안보 공조를 중시하는 데다 최근 ‘지소미아는 건드리지 말라’고 주문한 상황이라 지소미아 연장 문제가 미국의 한·일 갈등 매개체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볼턴 보좌관이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원론적 입장만 밝히고, 호르무즈 해협 경비연합체 구성과 북핵 문제만 논의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직접 만나는 계기도 조만간 마련된다. 두 장관은 다음달 1~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여한다. 특히 ARF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참석하기 때문에 한·미·일 삼각협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한·일 갈등에 접점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ARF를 계기로 한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 간 양자회담 개최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고노 외무상이 남관표 주일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남 대사의 말을 끊는 등 매우 강경한 대한(對韓)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한·일 외교장관 회담 개최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다음달에는 중국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도 열릴 전망이다. 회담에는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다음달 개최가 확정되면 이를 계기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최승욱 손재호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