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으로 지난 10일이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구장에 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쏠렸다.
‘코리안 몬스터’ LA 다저스 류현진(32)이 내셔널리그 선발 투수로 등판했기 때문이다.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이날 가장 관심을 받은 선수는 시구자였다. 뉴욕 양키스 투수 C.C 사바시아(39)였다. 올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곳은 그가 8시즌 동안 몸담았던 마운드였다. 떠나가는 레전드 투수의 시구에 모든 관중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또 있었다. 최근 야구계를 떠난 LA 에인절스 출신 타일러 스캑스를 향한 묵념의 시간도 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온전히 팬들과 감동과 슬픔을 함께하는 자리였다.
KBO리그 올스타전도 하루 순연된 2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다. 그런데 시구자가 허성무 창원시장이라고 KBO가 이날 발표했다.
KBO는 “창원NC파크의 올스타전 개최를 기념해 창원시의 새 야구장 건립과 창원 지역 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한 허 시장을 시구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창원시가 창원NC파크 개장에 도움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야구인들의 축제인 올스타전 시구자로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정한 것은 축제에 찬물을 끼얹는 KBO의 어리석은 행정으로 보인다. 특히 허 시장은 지난해 10월 8일 열린 마산야구장의 마지막 홈 경기에 앞서 창원 시민을 대표해 시구한 바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이면서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장을 시구자로 선정한 것은 시대흐름에도 역행한다. 관례화되어 가는 대통령의 한국시리즈 시구도 그만둬야 한다는 여론도 많다. 그러기에 이번 창원시장 시구자 선정도 여전히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KBO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올스타전은 감동과 재미가 있어야 한다. 사바시아처럼 야구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이를 시구자로 선택하는 것이 순리다.
3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우리가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 숨은 공헌자가 많을 것이다. 그리고 구단에서 밀려나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베테랑 선수들도 많다.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홈런 레이스를 하고, 경품 행사를 하고, 사인회를 한다고 해서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다. 38년의 역사 속에 녹아있는 감동을 꺼내 함께 해야 진정한 올스타전이 될 것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