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마침내 1000만 고지를 밟게 됐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데 이은 또 한 번의 쾌거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입증함으로써 한국영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기생충’은 개봉 53일째인 이날 오후 누적 관객 수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30일 개봉한 영화는 ‘알라딘’을 제치고 초반 박스오피스를 압도했는데, 신작들의 공세로 기세가 한풀 꺾인 뒤에도 화제성에 힘입어 꾸준히 관객 몰이를 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봉준호 감독은 워낙 티켓파워가 있는 감독인데 황금종려상까지 받게 되면서 초반 예매율과 관객 동원률이 더 높아졌다”며 “500만~600만 지점까지 무섭게 치고 나간 덕에 여세를 몰아 아슬아슬하게나마 1000만 고지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로써 ‘기생충’은 역대 26번째 1000만 영화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는 ‘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에 이은 네 번째 대기록인데, 한 해에 영화 네 편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건 초유의 일이다. 봉 감독은 ‘괴물’(2006) 이후 두 번째 1000만 영화를 보유하게 됐다.
칸영화제 수상작은 상업성과 거리가 멀다는 선입견을 깼다는 점에서 특히 고무적이다. 지금까지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한국영화 중 관객 1000만명을 동원한 작품은 없었다. 2007년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은 160만4439명, 2009년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220만8165명, 2010년 각본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의 ‘시’는 21만8898명에 그쳤다.
부자 가족과 가난한 가족의 대비를 통해 한국사회의 빈부격차를 풍자적으로 조명한 ‘기생충’은 칸영화제 초청 당시 심사위원들로부터 만장일치의 호평을 받았다. 보편적인 메시지를 다뤄 일반 관객들에게도 공감을 얻었다. 봉 감독 특유의 디테일하고 감각적인 연출은 관객들에게 보고, 듣고, 찾아서 해석하는 재미까지 안겨줬다.
윤 평론가는 “마니악한 소수 관객들의 N차 관람도 1000만 흥행의 동력”이라면서 “영화에 담긴 감독의 디테일들을 하나하나 다 알아내고 싶다는 욕구를 요동치게 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동시기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알라딘’과 비교된다. ‘알라딘’은 춤과 노래를 기반으로 ‘2시간 실컷 놀았다’는 기쁨을 준 반면, ‘기생충’은 의미를 해석하는 지적인 영화로서 사랑받았다”고 설명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