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환 MBC 아나운서가 사측과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전 아나운서는 19일 페이스북에 “MBC와 계약직 아나운서 문제로 시끄럽다. 차분히 정리할 필요가 있어 글을 남긴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비정규직 아나운서들에 대해 MBC는 계약만료를 주장한다. 계약서에 따른 계약 종료를 주장하는 것”이라며 “반면 비정규직 아나운서들은 ‘부당해고’라 주장한다. 근거는 ‘갱신기대권’으로, 계약이 연장될 거란 기대감이 충족됐을 경우 부당해고로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정규직 아나운서들은 ‘너희들은 정규직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들었다고 한다”며 “양측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으니 갱신기대권의 유무는 결국 법원이 판단해줄 문제”라고 짚었다.
전 아나운서는 이 같은 상황을 ‘정규직의 비정규직 탄압’이라고 보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저희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누군가를 배제할 마음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언젠가 또다시 쟁의는 발생할 거고, 사측은 노동자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대체 인력을 채용할 게 분명하기 때문에 두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아나운서를 옹호하는 논리 중 하나는 이들이 파업이 발생했던 2017년 이전에 입사했기 때문에 ‘대체인력’이 아니라는 주장”이라며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르다. 2012년 장기파업 이후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쫓겨난 아나운서는 11명이고 그 자리에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정확히 11명이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30년 동안 2년에 걸쳐 아나운서 11명을 뽑은 전례는 없다”며 “쫓겨난 11명을 대체하기 위해 비정규직 11명을 뽑았다는 합리적인 추정이 가능하다. 그리고 파업 당시 이들은 대체인력 역할을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게 뽑은 계약직들에게 어떤 회사가 ‘너희들은 2년 뒤 나갈 테니 그때까지만 열심히 해’라고 말을 하겠느냐”며 “아마 ‘내 말만 잘 들으면 정규직이 될 거다’라는 말을 했을 거다. 실제 MBC에서도 이런 말들이 공공연히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쟁의가 생기면 사측은 대체인력을 구할 것이고 대체인력은 사측의 회유의 말을 근거로 갱신기대를 주장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상황이 두려워 갱신기대권을 쉽게 인정할 수 없다”고 썼다.
마지막으로 “비정규직 아나운서 개개인을 인정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박근혜정권 당시 언론 탄압 과정에서 나온 말들이 갱신기대권으로 인정받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다”며 “이는 맥락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판단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손정은 아나운서 역시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쓴소리를 남긴 바 있다. 그는 지난 17일 SNS에 “회사는 계약이 종료됐다고 하고 이들은 갱신기대권을 주장한다. 그리고 우리는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며 “가처분 상태인 만큼 회사에 출근하고 급여를 지급해주며 법의 판단을 기다려보자는 회사를 이들은 직장 괴롭힘 1호로 지목하고 언론플레이에 나섰다”고 꼬집었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지난 16일 오전 9시 서울고용노동청을 찾아 업무 시작과 동시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부당해고를 당했다가 법원 판결로 복직했으나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첫날이었다.
이 아나운서들은 MBC가 노조와 갈등을 겪던 2016~2017년 당시 계약직으로 채용됐다. 2017년 12월 최승호 사장이 취임하면서 경영진이 교체됐고 이들은 지난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후 해고된 아나운서들은 서울서부지법에 해고무효 확인 소송과 함께 근로자지위 가처분 신청을 내 지난 5월 가처분 사건에서 승소했다. 본안 소송은 계속 진행 중이다. 가처분 결정에 따라 아나운서들은 같은 달 27일부터 MBC 상암 사옥으로 출근했으나 사실상 방치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