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지도부 체제가 바뀌었다. 이윤원 단장과 양상문 감독이 물러났다. 이번 시즌은 공필성 감독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공 대행은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롯데에서만 뛰었다. 760안타, 41홈런, 타율 0.248이었다. 평범하다. 그리고 2002년부터 2014년까지 롯데 코치 생활을 오래했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몸에 맞는 공, 즉 사구다. 11시즌 동안 94개를 맞았다. 1995년에는 22개를 몸에 맞아 리그 전체 1위였다. 타격이 좋지 않을 때는 어떻게든 출루하기 위해 몸에 공을 맞는 것도 불사했다. 공에 맞은 뒤에는 1루로 전력질주했다.
그리고 3루타를 많이 때려냈다. 통산 26개다. 1994년 5개, 1995년 6개로 리그 3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2루타라도 한 베이스를 더 가기 위해 더 달렸다. 공 대행은 선수 시절 근성있는 야구를 했다. 맞기 전문선수라는 별명까지 있었다. 그리고 선수 시절 그의 등번호는 0번이었다.
지금 롯데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근성있는 야구다. 타자들은 패색이 짙어지면 힘없이 초구를 건드린 뒤 물러난다.
그리고 롯데 투수들은 정면 승부보다는 도망가는 피칭이 많다. 물론 롯데 투수들이 가장 많이 내준 것은 피안타다. 943개로 압도적 1위였다. 피홈런 또한 85개로 1위였다.
그런데 볼넷도 있다. 전반기 395개로 압도적 1위다. 또 있다. 고의4구다. 26개로 압도적 1위다. 물론 고의4구가 필요할 때가 있지만 전임 감독 체제에선 너무나 쉽게 주자들을 모아줬다. 볼넷과 고의4구 모두 승부를 피하는 꼼수다. 맞아도 승부를 해나가는 롯데여야 한다.
수비 실책도 75개로 1위다. 수비율도 0.979로 최하위다. 도루마저 꼴찌를 차지했다. 50개밖에 되지 않는다.
공수 어디에서든 근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롯데는 연봉 1위 구단이다. 팬들의 사랑은 10개 구단 최고다.
그리고 팬들은 롯데의 우승은 간절히 바라지만, 강제 리빌딩을 통한 억지 우승은 바라지 않는다. 패하더라도 근성있는 야구를 원한다.
그래서 맞기 전문선수였던 공 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 올 시즌 가을야구에 나아가기는 쉽지 않지만 남은 기간 과거 롯데의 근성있는 야구를 펼쳐보인다면 올 시즌은 그리 헛되지 않아 보인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