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제주 북촌마을 ‘기~다려도’를 아시나요

입력 2019-07-19 13:44
제주시 조천읍 북촌마을 앞 다려도. 제주도 내 유일한 무인도로 우뭇가사리가 많이 나는 곳이다. 제주=정창교 기자

1949년 4. 3 당시 주민 400여명이 이틀만에 숨진 슬픔을 간직한 북촌마을.주민들은 이곳 농협창고를 개조해 '기다려도' 카페와 숨비소리체험센터를 열고 지난 5일부터 손님맞이를 하고 있다. 제주=정창교기자

농어촌공사의 지원을 받아 마을기업을 만든 제주도 북촌마을 주민들이 일하고 있는 카페. 이 카페에는 무인도 다려도에서 해녀들이 채취한 우뭇가사리를 원료로 만든 빙과류와 무공해 열대과일로 만든 맛있는 차를 맛볼 수 있다. 제주=정창교 기자

제주도 조천읍 북촌마을 주부들이 만든 우뭇가사리 빙과류 소품. 무인도인 북촌마을 앞 다려도에서 해녀들이 건져올린 우뭇가사리를 여러번 물에 씻은 뒤 1시간 이상 끓여 만든 작품이다. 제주=정창교 기자


1949년 이틀만에 400여명의 주민이 숨진 아픈 역사를 간직한 제주시 조천읍 북촌마을 주민들이 피서철을 맞아 지난 5일 마을기업의 문을 열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9일 오후 1시쯤 북촌마을 숨비소리체험센터와 카페 기다려도에서 만난 이 마을 전·현직 부녀회장은 “제주말로 ‘기~’는 ‘그래. 맞아’라는 뜻”이라며 “다려도는 북촌마을 앞에 있는 제주도 유일의 무인도”라고 설명했다. ‘기~다려도’ 브랜드는 제주도에서 자랑할 수 있는 무인도 다려도와 토속어 ‘기~’가 결합해 탄생했다. 숨비소리는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나와 ‘호이’하고 내뱉는 말이다.

2층 카페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다려도의 풍광도 즐길 수 있다. 카페에 앉아있다보면 제주도 토박이들의 구수한 제주도 사투리를 들을 수 있는 장소여서 나그네들에게 힐링을 제공한다.

다려도는 마을 앞에 길게 누워있는 섬이다. 썰물때 모습을 드러내는 무인도다. 4.3 당시 마을을 떠났던 주민들이 다시 돌아온 것도 다려도의 풍부한 해산물을 해녀들이 채취해 생명을 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미역 대신 우뭇가사리를 생산하고 있다.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1기 수료생 16명이 주축이 된 이 마을기업 직원들은 4.3을 상징하는 동백꽃 색깔의 유니폼을 입고 손님맞이를 하고 있다. 반농반어의 마을이지만 FTA(자유무역협정)로 인해 농지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 바다에서 나는 우뭇가사리를 재료로 한 상품을 만들게 되면서 상표등록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방불명된 사람들은 기다려도 오지 않고, 기다려도 기다려도 4.3은 해결되지 않는 그런 세월을 살아온 복촌마을 사람들이 해풍에서 말린 우뭇가사리를 빙수재료로 탄생시킨 현장을 만나려면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터미널로 나와 북촌마을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50분정도 오면 된다. 배차간격은 10분 정도다.

숨비소리센터 앞에는 다려도축제장도 마련돼 있어 제주도 해안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여유로운 시간을 제공한다.

농어촌공사로부터 5억원을 지원받아 이중 3억원을 투자해 창고를 리모델링하고, 2억원은 컨설팅 및 역량강화 비용으로 사용하는 등 북촌마을이 사회적경제를 통해 외부인들과 만날 수 있는 거점공간을 마련함에 따라 북촌마을 이야기가 더 널리 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