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이온 킹’을 필두로 한 월트디즈니 배급 외화들이 국내 극장가를 장악했다. 한국영화는 사실상 전멸한 상태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7일 개봉한 ‘라이온 킹’은 55% 이상의 매출액 점유율로 이틀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전날 관객 23만7313명을 추가하며 단 이틀 만에 54만명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마블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도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7만3771명(16.1%)을 추가하며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000만 클럽에 가입한 디즈니 실사 영화 ‘알라딘’(전날 6만2992명·13.8%)과 디즈니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4’(1만664명·2.3%)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사실상 디즈니의 독무대다. 픽사 애니메이션과 마블 스튜디오, 이십세기폭스 등을 줄줄이 인수하며 몸집을 키운 디즈니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디즈니 배급 영화들의 개봉 시기가 몰린 탓이기도 하지만, 눈에 띄는 한국영화가 한 편도 없다는 것은 뼈아프다.
현재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한국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뿐이다. 1.5%의 점유율로 가까스로 5위에 랭크돼 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화제성을 등에 업은 영화는 약 두 달째 꾸준히 관객 수를 늘리며 1000만 고지에 근접했다.
다음 주부터 줄줄이 출격을 앞둔 여름 텐트폴 영화들이 반갑다. 오는 24일 ‘나랏말싸미’(조철현)가 그 포문을 연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송강호가 세종대왕을 연기한다. 박해일은 세종을 도운 신미대사 역을 소화했다. 고 전미선의 유작이기도 한데, 극 중 그는 당차고 현명한 소헌왕후를 연기했다.
31일에는 ‘엑시트’(이상근)와 ‘사자’(김주환)가 나란히 공개된다. ‘엑시트’는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과 대학 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가 원인 모를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해야 하는 비상 상황을 그린 재난 탈출 액션물,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가 구마 사제 안 신부(안성기)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악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오컬트물이다.
다음 달 7일에는 유해진 류준열 주연의 ‘봉오동 전투’가 관객을 만난다.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영화로, 철저한 고증을 통해 치열하고도 처절했던 당시 상황을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냈다. 여름 흥행 경쟁의 추이는 어떨게 될지 주목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