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의 유명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자가 수십명에 달하는 가운데, 교토시장이 이번 화재를 선거유세에 이용했다는 논란이 나온다.
일본 교토신문은 19일 가도카와 다이사쿠 교토시장이 전날 참의원 선거 후보자 지원연설에서 사상자가 60여명에 이르는 교토 애니메이션 제1스튜디오 화재를 언급하며 “화재는 3분, 10분이 중요하다. 선거는 마지막 1~2일로 역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참사대응을 선거 유세에 활용하는 듯한 발언에 장내에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설장에 있던 한 선대 관계자는 “발언에 철렁했다”며 “선거에 힘이 들어가 말실수가 있었을 것이다”라고 곤혹스러워 했다. 누리꾼들도 “33명이 사망 한 사건을 어떻게 자신을 어필하는 데 쓰는지 믿을 수 없다” “피해자의 마음을 도려내는 발언이다” “사과가 필요하다” 등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가도카와 시장은 이 같은 논란에 “일반적으로 흔한 표어”라며 “오해가 있었다면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유명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교토 애니메이션 건물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33명이 숨졌다. 부상자까지 포함하면 6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후 늘어날 수 있다. 일본에서 화재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건 18년 만에 처음이다.
교도통신과 일본 NHK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5분쯤 교토시 후시미구 모모야마에 위치한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스튜디오 안팎에는 직원 70여명이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약 5시간 만에 불길을 잡았지만 33명이 숨지고 36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는 남성 12명, 여성 20명, 성별이 확인되지 않은 1명으로 알려졌다. 36명은 중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희생자들은 불길이 빠른 속도로 번지면서 미처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건물 2층과 3층을 중심으로 불길에 휩싸였으며 흰 연기가 치솟았다고 전했다. 폭발음이 들렸다는 증언도 있었다. 연기와 화염을 피하기 위해 2층에서 뛰어내리거나 건물 외벽에 매달리는 모습도 목격됐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경찰은 화재원인으로 방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방화범으로 추정되는 41세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이 남성은 건물 1층 로비에 들어와 “죽어라”라고 외치며 바닥에 휘발유 같은 액체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이 건물은 평소 카드키로 출입통제를 해왔지만 이날은 내빈 방문이 예정돼 있어 개방된 상태였다고 한다. 현장에서는 망치와 칼 등 흉기가 든 가방도 발견됐다.
범인 역시 발과 가슴, 얼굴에 큰 화상을 입어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용의자가 치료를 받은 후 사건 경위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용의자는 교토 애니메이션 직원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