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중반대도 무너진 한국 경제성장률… ‘금융위기 이후 최저’

입력 2019-07-18 18:20 수정 2019-07-18 19:10
홍남기 “제 예상은 2.3%였는데 …”
‘한국경제 최대능력’ 잠재성장률도 하락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뉴시스

통화 당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대폭 낮췄다. 올 들어 세 차례 하향 조정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전망치다. 이 수치를 0.3% 포인트나 낮춘 사례도 드물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의 ‘동결’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인하한 배경에는 이처럼 어두운 경제전망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행은 18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2.2%에 그친다고 예측했다. 2020년 성장률 전망은 2.6%에서 2.5%로 낮아졌다. 잠재성장률은 기존 2.8~2.9%(2016~2020년)에서 2.5~2.6%(2019~2020년)로 조정됐다. 기준연도를 기존과 같은 2016~2020년으로 일치시키면 0.1% 포인트 정도 낮아졌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한은의 수정 전망치는 이달 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내놓은 정부 전망치(2.4~2.5%)보다 낮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0.3% 포인트까지 낮추기는 2017년 1월(2.8%→2.5%) 이후 2년반 만이다. 정부도 한은이 이 정도까지 낮출지 예상하지 못했다는 분위기다.

한은이 지난해 초 처음으로 전망한 올해 성장률은 2.9%였다. 이 수치는 같은 해 말 2.7%까지 내려갔고 올해 1월과 4월 추가로 0.1% 포인트씩 깎였다. 올해만 세 번째인 하향 조정으로 성장률 전망은 2% 중반에서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한은이 내다보는 하반기 한국 경제는 먹구름이 가득하다. 민간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지만, 가계소득 증가폭이 줄고 소비심리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증가율이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설비투자는 정보기술(IT) 업황 부진,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건설투자는 주거용 건물건설 중심으로 감속세가 이어지고, 상품수출은 증가세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정규일 한은 부총재보는 “내년에는 민간부문 부진이 완화되면서 올해보다 성장 흐름이 나아질 것”이라면서도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고용시장에선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꾸준히 늘겠지만, 제조업과 건설업 업황 부진으로 제한을 받을 것으로 진단했다. 한은이 예상하는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해 20만명, 내년 18만명이다. 실업률은 올해 3.9%, 내년 3.8%로 내다봤다. 경상수지 흑자 예상규모는 올해 590억 달러, 내년 585억 달러로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인 764억 달러보다 170억 달러 이상 적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홍 부총리는 한은의 성장률 하향조정과 관련해 “경기의 하방 리스크와 최근 경제실적,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같은 최근의 상황 변화도 부분적으로 고려가 됐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이 기재부 전망치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자 “각 기관마다 성장률 전망치가 다를 수 있다”면서도 “제 예상은 그보다는 조금 높은 2.3% 정도로 봤는데 (낮게 나왔다)”고 답했다. 이어 “정부가 이달 초에 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정한 것은 추가경정예산안의 보강 효과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창욱 이종선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