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 없이 빵빵 터뜨린 김연경… 뭘 해도 남다른 ‘센언니’

입력 2019-07-19 07:00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 주장 김연경(왼쪽)이 18일 충북 진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대륙 간 예선 출전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이재영(가운데)과 양효진(오른쪽)이 그 옆에서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진천=윤성호 기자

‘센 언니’ 김연경(31·에자즈바쉬)은 코트와 TV 화면 밖에서도 남달랐다. 프로 14년에 해외 생활만 10년이고, 최근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으로 보폭을 넓혀 다양한 경험을 쌓은 김연경은 생애 마지막일지 모를 올림픽 도전을 앞두고서도 유쾌하게 웃었다.

발언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넘쳤고 표정은 특유의 익살로 가득했다. 분위기를 즐겼다. 급기야 기자석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김연경도 웃고, 양효진(30·현대건설)과 이재영(23·흥국생명)도 웃고, 통역을 통해 발언을 전해 들은 스테파노 라바리니(40·이탈리아) 감독도 웃었다. 18일 충북 진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대륙 간 예선 출전 미디어데이에서다.

-사회자: 대표팀의 분위기 메이커는 누구입니까.
-김연경: 옆에 있는 두 명은 아닌 것 같고…. (양효진과 이재영은 웃음을 터뜨렸다) 리베로 오지영 선수가 좀 분위기 메이커지 않나? (양효진과 이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취재진: 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조금 부드러워졌다는 말도 나옵니다.
-김연경: 누가 센 언니고 안 센 언니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네요. 항상 변함없이 똑같이 임하고 있습니다. (이때 옆의 양효진과 이재영을 보며) 그렇지? (양효진과 이재영은 웃었다) 센 언니든 아니든 대표팀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취재진: 지난 올림픽을 준비할 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요.
-김연경: 올림픽 예선이 벌써 3번째입니다. (감독을 보며) 감독님 아시죠? (감독은 통역에게 고개 돌려 무슨 뜻인지 물어보는 듯 했다) 예선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방식이 달라졌으니 더…. (이때 갑자기 스마트폰의 인공지능이 김연경의 발언에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시리가 미쳤나 봐요. 선수들이 열심히 준비했으니 코트 안에서 좋은 결과가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선수들과 취재진 사이에서 여러 질문이 오가는 과정에서 이재영에게 “김연경이 잘 대해주는가”라는 질문이 들어갔다. 이재영은 말을 더듬었다.

-이재영: 연경 언니…. 네….
-김연경: 편하게, 편하게 해.
-이재영: (김연경이) 올해 어린 선수들에게 다가오려고 하고 더 챙겨주고 잘해주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무서웠었는데 편하게 잘해주는 것 같고…. (옆에서 김연경이 무언가를 계속 말했다) 좋은 마음으로 하니까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언도 많이 해주고….
-김연경: 흉내 내봐.
-이재영: 흉내 내라고 하는데요? 해도 되요? 아…. ‘야 이 X끼야.” (기자회견장이 웃음바다로 바뀌었다. 김연경은 박수를 치며 웃었다)


-취재진: 방송 출연은 어떻습니까.
-김연경: 아무래도 방송을 하니까, 취침 시간에 TV를 본 선수들이 재미있다고 하기도 합니다. 이 연예인은 어떠냐고 묻는 대표팀 동료도 있습니다.

김연경은 ‘배구의 메시’로 불리는 슈퍼스타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라바리니 감독, 대표팀 후배 양효진·이재영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질문을 받았고 어김없이 입담을 뽐냈다. 하지만 마지막쯤 한국 배구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할 땐 표정을 진지하게 바꿨다.

-김연경: 해외에서 생활한 지 10년차가 됐습니다. 항상 대표팀에 사명감을 갖고 들어옵니다. 하지만 한국 배구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의 미래가 괜찮을까 하는 걱정도 했습니다. 해외에서 체계적 시스템으로 훈련했고 배웠기 때문에 (한국에서) 답답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최근 새로운 변화를 보면서 (후배들이) 대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원도 잘 받고 있습니다. 진천에서 훈련하면서 준비를 잘하고 있습니다. (올림픽에서)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게 오랜만입니다. 감사합니다.

진천=김철오 기자, 사진=윤성호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