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당한 페이스북 리브라, 美의회 “9·11 테러보다 재앙”

입력 2019-07-18 17:50 수정 2019-07-18 18:18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이 준비 중인 암호화폐 ‘리브라(Libra)’가 1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전날에 이어 또다시 혹독한 비판 세례를 맞았다. 한 의원은 리브라 발행을 9·11 테러에 빗대며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 CNN 등 미국 언론은 이날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캘리브라(페이스북의 가상화폐 자회사)’의 데이비드 마커스 대표가 장장 4시간에 걸쳐 의원들의 비난 십자포화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전날 열린 미 상원 청문회만큼 날선 지적이 이어졌다. CNBC는 “청문회 분위기는 전날보다 훨씬 더 가혹했다”고 전했다. 상원에서 사생활 침해, 개인 보안 취약 등 페이스북 자체의 신뢰도를 문제 삼았다면, 하원은 리브라가 실제 현실에서 통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들을 문제로 지적했다.

브래드 셔먼 민주당 하원의원은 청문회에서 “리브라 문제는 금융서비스위원회가 지난 10년 동안 처리해야 했던 사안 중 가장 큰 것”이라며 “리브라는 마약상, 인신매매 범죄자, 테러리스트, 탈세범들에게 주어지는 신의 선물”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리브라의 잠재적 파급력을 9·11 테러 공격에 빗대며 “리브라는 심지어 9·11 테러보다 미국을 더 위태롭게 할 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리브라가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위상을 위협해 전세계 달러의 가치가 떨어질 경우, 달러를 세계 패권의 주요 기반으로 삼는 미국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 맥신 워터스 금융서비스위원장은 리브라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도 제안했다. 그는 “리브라 발행은 개인정보 보안 및 무역과 통화 정책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낳을 것”이라며 “(페이스북이) 정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거대한 경제 권력을 거머쥘 수도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미 의회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자체 가상화폐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마커스 대표는 ‘사업을 중단할 것이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모든 우려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이 사업을 출시(launch)하지 않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지만 사업 중단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이 현재 내년 리브라 발행을 목표로 27개 파트너사와 협력하고 있어 발행 보류를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 의회 뿐 아니라 주요7개국(G7) 회의에서도 리브라에 대한 집중포화가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은 G7의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가 프랑스에서 회의를 열고 리브라에 대한 규제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각국 정부는 회의에서 출시를 앞둔 리브라가 돈 세탁 등의 범죄에 악용될 수 있고, 기존 국제 금융시스템에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