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여야 5당 대표들을 만나 “지금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에 대해 당장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또 우리 주력 제조산업의 핵심 소재 부품들의 지나친 일본 의존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에 대해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처리도 당부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통한 톱다운 방식을 통해 양국 갈등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5당 대표들과의 회동 모두발언에서 “국민들께서도 걱정되는 시기에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모습을 보시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가지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나아가서 꼭 필요한 일에 대해서 초당적으로 합의하고 공동대응하는 모습을 보여드린다면 국민들께서 매우 든든해 하실 것”이라며 “정부·기업의 협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과 5당 대표가 모두 한 자리에 모인 것은 현 정부 들어 두 번째이며, 지난해 3월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 경제가 엄중한데 가장 시급한 것은 역시 추경을 최대한 빠르게 원만히 처리하는 것”이라며 “추경이 시기를 놓치지 않게 협력해 주시고 더 나아가 소재·부품 문제에 대한 대책에 드는 예산도 국회에서 충분하게 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먼저 “일본이 양국 관계를 파탄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경제보복 조치를 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며 준엄하게 성토한다”며 “지금이라도 일본 정부가 잘못된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어 “지금 정부가 별다른 대책 없이 말로만 국민감정에 호소하고 있다. 말과 감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결국 양국 정상 간에 해결해야 한다”며 “조속히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해서 양국 정상이 마주앉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장관이나 공무원들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톱다운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안한 대로 일본과 미국에 조속히 고위급 특사를 파견해 줄 것과 상황 악화를 방치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외교라인에 대한 엄중 문책을 요청했다. 또 우리 경제의 근간이 약해지는 것을 막으려면 현 정부 경제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고, 동시에 규제개혁, 노동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대통령께서 야당과 다툴 때가 아니다. 위기에 맞서려면 협치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