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뇌피셜’이 계속될지 몰랐어요. 하하하. 근데 이젠 스튜디오가 제 방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조회수부터 봅니다. 전현무, 은지원 형을 게스트로 초대해보고 싶어요. 방탄소년단분들도 와주시면 좋겠어요. 바쁘시니깐 한 분만 오시면 어떨까 싶습니다(웃음).”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방송인 김종민(40)은 특유의 넉살 좋은 웃음으로 운을 뗐다. 19일로 꼭 1주년이 되는 웹예능 뇌피셜을 기념해 만난 자리였다. 뇌피셜은 2017년 10월 한국에 진출한 미국 히스토리 채널이 젊은 층을 겨냥해 제작한 첫 유튜브 예능이다. 김종민이 스타들과 함께 일대일로 토론을 펼치는 과정을 재기발랄하게 담은 토크쇼로 ‘런닝맨’(SBS)을 비롯해 ‘범인은 바로 너!’(넷플릭스), ‘파자마 프렌즈’(라이프타임) 등을 연출한 스타 PD인 김주형(42) PD가 기획했다.
김종민의 엄살과는 달리 뇌피셜 채널은 1년 만에 누적 조회 수 4000만회를 훌쩍 넘겼고, 구독자만 23만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30대 층에게 특히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위키미키, 우주소녀 등 45명이 넘는 스타들이 지금껏 뇌피셜을 다녀갔다.
10분 정도로 짧게 끊어낸 통통 튀는 편집이 뇌피셜의 매력이다. 무엇보다 별난 주제를 두고 치열하게 맞붙는 김종민과 게스트들의 합을 지켜보는 게 백미다. 김종민의 말처럼 “뇌에서 방금 나온,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스파이더맨 최고의 동료는 누구인가’, ‘외계인은 존재하는가’ 등 엉뚱한 주제들이 매회 테이블에 오르는데, 볼수록 묘하게 빠져드는 맛이 있다. 해당 채널에서 코요태 멤버 빽가와 함께 서울 곳곳의 숨겨진 맛집을 탐방하는 예능 ‘쫑가집’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쯤이면 그의 첫 단독 MC 데뷔가 성공적이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김종민은 “게스트가 고정 출연이고 MC가 계속 바뀌는 프로그램”이라며 “손님이 매번 저를 이끌어준다”며 겸손해 했다. 지난 8일엔 홍대 거리에서 시민들 수백명과 코요태의 히트곡 ‘우리의 꿈’을 함께 부르는 1주년 기념 플래시몹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김종민은 “20년 방송하면서 처음 느낀 감정이었다. 무대에만 항상 서 있다가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노래하는 게 새롭더라”며 “초등학생 친구들이 노래를 따라 불러 줄 때 특히 뭉클했다”고 전했다.
1996년 댄서로 데뷔해 그룹 코요태의 리더로 20년간 팀을 이끌어 온 김종민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두루 사랑받는 연예인 중 한 명이다. 얼핏 보면 철부지 같지만, 볼수록 우직하고 친근한 그의 모습 덕분이다. 이런 인간적인 면모는 2000년대 초·중반 ‘산장미팅-장미의 전쟁’(KBS2), ‘X맨 일요일이 좋다’(SBS) 등 예능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비추면서 더 많이 알려졌는데, ‘1박2일’(KBS2)이 그 정점이었다. 최장수 멤버이자 어리바리 캐릭터로 활약하며 2016년 연예대상을 거머쥐었다.
방송 출연에 코요태 공연, 솔로 준비로 인해 한 달에 쉬는 날은 단 이틀 정도. 바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은 “시청자들과 가까웠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온다고 한다.
“시청자분들과 멀리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요. 어린 친구들은 저를 편안하게 생각해주는 것 같고, 어르신들은 부족한 데도 포기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응원해 주시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코요태의 첫 단독 콘서트를 11월쯤 선보이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라고. 김종민은 “솔로 활동도 열심히 준비 중이다. 10대부터 어르신들까지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댄스곡으로 기획 중”이라며 “10~20년이 흐른 뒤 ‘노래도 진행 능력도 많이 늘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발전하는 방송인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뇌피셜을 향한 바람도 함께였다.
“방송국처럼 뇌피셜 채널에 버라이어티 콘텐츠도 담고, 음악쇼도 담아보고 싶어요. 방을 꾸미는 거죠. 요즘 걱정이라면 결혼이 늦어지는 건데, 뇌피셜 토크 주제로 한 번 다뤄보려고요, 하하.”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