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18일 총파업에 나섰다. 다만 총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예상보다 적어 조업차질 등 일선 현장에서의 혼란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총파업 수도권 대회를 열었다. 총파업 대회는 국회 인근 여의도 KB국민은행과 산업은행 앞 4개 차로를 모두 비우고 진행됐다. 주최 측은 당초 약 5000명이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7000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총파업대회에선 참가 인원 중 금속노조원 일부가 국회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바리케이트를 사이에 두고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총파업으로 우려했던 생산 중단 등의 산업 현장 차질은 미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에 5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고용노동부 파악 결과 1만2000여명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7만2000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는 현대차·기아차 일반 노조 조합원이 총파업에 불참했고 한국GM, 쌍용차 노조 등 다른 완성차 사업장도 확대간부만 파업에 참여했다. 고용부는 지방노동관서를 통해 유선 파악한 결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 위주로 50여개소, 1만2000여명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최근 경제 불황에 이어 일본 경제 보복조치까지 겹친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잦은 파업에 따른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다만 최근 최저임금과 함께 국회에서 논의 중인 탄력근로제 확대 움직임이 노정(勞政)의 새로운 갈등으로 부각되고 있다.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확대가 장시간 노동과 임금 삭감을 초래한다며 극렬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이날 국회 앞에서 총파업대회를 연 이유도 같은 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를 논의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김 위원장도 지난 3월 총파업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를 외치다 국회 담장을 훼손해 구속된 바 있다.
실제 민주노총은 총파업대회에서 “국회는 장시간 노동 근절을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자본과 재벌 청탁에 굴복해 한국 사회를 과로사 공화국으로 되돌리려 한다”며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가 통과되면 재벌과 자본이 노동자들의 고혈을 더욱더 세차게 쥐어짤 면죄부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사의 각오로 개악 시도를 막을 것이며 총파업은 2차, 3차로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총파업대회는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수도권대회 이외에도 전북·광주·전남·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제주 등에서 집회가 열렸다.
민주노총은 총파업대회 결의문을 통해 “노동자 민중을 장시간 노동 수렁으로 밀어 넣고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악해 노동자 임금인상 요구에 재갈을 물리려는 국회 무뢰배에 맞서기 위해 총파업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우리가 아니라면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열악한 노동자를 위해 누가 싸울 수 있겠느냐”며 “이후 민주노총의 모든 사업 방향은 문재인정부의 기만적 노동정책 폭로와 투쟁일 것이며 노정관계는 전면적인 단절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육당국의 교섭 태도가 불성실하다고 비난하며 2학기에 2차 총파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대부분의 학교가 다음 주부터 여름방학에 들어가기 때문에 당장 파업을 해도 사실상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9월 7일 대의원회에서 파업에 관한 구체적인 일정을 정할 계획이다.
모규엽 박구인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