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식(58·사법연수원 20기) 서울고검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퇴임식을 갖고 28년 검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박 고검장은 퇴임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탁월하고 사명감이 투철한 검찰 가족들과 동고동락할 수 있었던 것을 무한한 영광과 보람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현재의 어려운 과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해 국민을 위한 검찰로 더욱 발전하고 성장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좋은 평가나 결과에 대해서는 항상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최선을 다한 일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처신하되 그 비판에 대해서는 세상을 원망하지 말고 겸허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이례적으로 퇴임사를 직접 읽지 않고 영상으로 대체했다. 박 고검장은 화면의 퇴임사 글귀가 모두 사라진 뒤에야 강단에 잠시 나와 섰다. 그는 “검찰 가족 여러분 그동안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라고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퇴임식을 기념해 제작된 박 고검장의 헌정 영상 말미에는 해외에서 공부 중인 그의 아들이 깜짝 등장했다. 그는 아버지를 향해 “제가 살아온 만큼 검찰에 계셨던 아버지를 존경하고, 앞으로의 청춘도 응원한다”고 말했다. 이는 서울고검 직원들의 기획이었고, 박 고검장은 아들의 영상이 상영되는 줄을 몰랐다고 한다. 박 고검장은 퇴임식 후 국민일보를 만나 “아들과 아침에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만 하더라도 아무 말이 없었다”며 밝게 웃었다.
대구 출신인 박 고검장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91년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인천지검 특수부장, 대검찰청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장 특수2부장과 3차장, 대검 반부패부장 등 특별수사의 요직을 거쳤다. CJ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4대강 건설업체 입찰 담합 의혹, 효성 그룹 탈세·비자금 의혹 등 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한 검사로 기록됐다. 이날 헌정 영상에는 그가 언론을 향해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모습이 많이 담겼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