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낡은 다리 밑에 첨단 ICT(정보통신기술) 장비가 구축된다.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신해 다리의 균열·누수 등 이상 여부를 실시간 감지하는 식이다.
서울시는 마포구 ‘당인교’와 ‘망원5교’에 이런 ‘무인 원스톱 시설물 점검시스템’을 연말까지 도입한다고 18일 밝혔다. 무인 점검시스템은 카메라 로봇과 사물인터넷(IoT) 센서, 인공지능(AI) 분석 기술을 결합한 일종의 관제 기술이다. 서울시는 이르면 이달 카메라 로봇 및 로봇이 다니는 길을 구축하고 연내 AI 영상 분석 기술을 보강할 계획이다.
카메라 로봇은 사람 눈으로 살펴보기 힘든, 다리 외진 곳에 설치된다. 다리 밑에서 좁은 상자의 안쪽을 3차원 영상으로 촬영하는 식이다. 이번에 설치될 장비들은 레일을 타고 좁은 공간을 찍는 ‘레일캠’, 와이어가 달린 카메라로 다리 아래쪽을 다각도로 찍는 ‘와이어캠’, 교각의 사각지대를 찍는 ‘윈치캠’ 등 세 종류다.
무인 점검시스템은 다리의 정기 점검 또는 상시 점검 필요시에 가동된다. 다리 관리자가 리모콘으로 카메라 로봇을 작동시키면 로봇이 레일 위를 움직이며 사진과 영상을 찍는다. 사진과 영상은 4G(LTE) 통신망을 타고 서울시 데이터로 축적된다. AI는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파악한다.
서울시는 AI가 다리 균열과 콘크리트가 연약해지는 백태현상, 표면이 얇아지거나 떨어지는 박리·박락, 다리 내부 철근 노출, 물이 새는 누수 문제 등을 감지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상이 감지되면 AI는 즉시 관리자에게 이를 알린다. 지금까진 사람이 직접 바지선을 타고 다리 밑으로 간 뒤 눈으로 직접 시설 안전점검을 해야 했다.
무인 점검시스템이 설치된 당인교와 망원5교는 둘 다 준공된 지 20여년이 지나 안전 관리가 필요한 다리다. 게다가 다리 밑을 살펴보기 어렵게 지어져 있어 꼼꼼한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
이번 무인 점검시스템은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진행하는 공식 시범사업이다. 이전까진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한남대교와 천호대교에서 무인 점검시스템을 시험해왔다. 서울시는 이번 공식 시범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시스템 확산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는 AI가 성수대교 붕괴사건 같은 참사를 예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인 점검시스템은 정부가 최근 투자를 늘리고 있는 ‘스마트시티’ 사업의 일환이다. 시스템이 안착할 경우 예산절감, 관제 기술혁신 등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정기 사업추진 점검 보고회를 개최해 기술의 실효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방침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