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장애·여성 인권의식 깨운 하버드대 두 멘토는

입력 2019-07-18 14:59
윤석열 차기 검찰총장. 윤성호 기자

윤석열 차기 검찰총장은 지난해 12월 미국 법무부 출장을 다녀온 뒤 문무일 검찰총장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잇따라 만났다. 그는 이때 “법무부와 검찰이 장애인과 여성의 인권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윤 차기 총장은 보고 직후 자신이 총괄하던 서울중앙지검 청사 내 장애인 편의시설을 개선했고, 피의자의 변호인 면담 시설도 확충했다.

이는 윤 차기 총장이 미국 출장 중 만난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2명의 조언 때문이기도 했다. 윤 차기 총장이 미국을 방문하던 당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소환 시기를 조율하는 등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던 때였다. 출장을 두고 말도 많았지만, 윤 차기 총장은 미 법무부 반독점국이 기업 입찰 담합, 독점적 지위 남용에 대응하는 자세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공식 일정 중 시간을 쪼개 들른 하버드대에서 오히려 더욱 깊은 인상을 얻었다.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인권 의식의 중요성이었다.

윤 차기 총장이 먼저 요청해 만난 2명 중 1명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장애인 프로젝트 위원장인 윌리엄 알포드 교수였다. 장애인 관련 법률에 밝은 그는 2013년 한국에 와서 국가인권위원회의 발달장애인 인권세미나를 이끈 이력이 있다. 윌리엄 교수는 윤 차기 총장에게 하버드 로스쿨 장애인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며 “법률가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또 다른 1명은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하버드대 로스쿨의 종신교수가 된 석지영 교수였다. 석 교수는 페미니즘과 가정폭력의 연관성을 조명한 저서 ‘석지영의 법의 재발견’으로 ‘허버트 제이콥상’을 받은 석학이다. 윤 차기 총장은 한국에서 문제로 부상한 가정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건넸고, 석 교수는 성평등에 대한 고민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차기 총장은 두 교수에게 “한국 법무부와 검찰이 인권에 더욱 관심을 갖고 활동하게끔 하겠다”고 약속했다. 기회가 되면 둘을 한국으로 초청해 강연을 듣고 싶다고도 말했다 한다.

25일 임기를 시작하는 윤 차기 총장은 검찰의 인권 보호 방안을 구체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그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했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하버드대 방문은 사회적 약자 보호 필요성을 대가(大家)로부터 배운 셈”이라며 “윤 차기 총장의 인권 보호, 성평등 실천에 대한 생각이 그때를 계기로 커졌다”고 말했다.

허경구 구승은 기자 nine@kmib.co.kr